사람은 어떻게 고양이화되는가

by 써드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관찰이지만 사람이 개와 같이 살면 개가 점점 사람이 되는데, 사람과 고양이가 같이 살게 되면 사람이 고양이화가 된다. 반려동물의 역사와 사회학을 들춰본들 도무지 나오지 않겠지만 20년이 넘도록 다양한 고양이 친구들을 마주하면서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됐다. 나는 외적인 면에서 고양이상의 인간은 아니지만 고양이화된 인간인 것은 맞다.


고양이의 사뿐한 걸음을 따라 조용히 걷게 되고 TV 소리도 10 아래로 낮춰서 보게 된다.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를 배려하느라 나의 보법도 조심스러워지고 사료를 잘 먹는지 체크하고 오독오독 씹는 작고 통쾌한 소리를 듣기 위해 정적과 여백의 시간을 조성한다. 고양이가 잔잔한 음악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 그르렁거리는 이 작은 생명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사람도 갸르릉거리듯 속삭이는 톤으로 살게 된다. 언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만약 위에 해당하지 않는데 고양이를 키운다면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집사이거나 고양이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몇 년만 더 키우게 된다면 분명 그들은 고양이화가 되고 말 것이다.


인간이 고양이가 되어가는 과정은 꽤나 신비롭고 한편으로는 굴욕적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행복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 조금 더 밀도 있는 침묵을 안배할 수 있게 되고 우다다 뛰어다니는 혼돈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삶이 항상 평온할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한다.


사실 달팽이를 키워도, 도마뱀을 키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고양이 집사들이 조금 유난을 떠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고양이의 신비한 힘이 대도시의 후미진 골목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 때문이다.


길냥이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다. 나는 겨울을 좋아하는데 동절기 한파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수많은 아픈 손가락들이 꿈틀댄다. 그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며 죄책감을 떨쳐내고 보드라운 말풍선으로 감싼 뒤 바로 내가 고양이라고 대신 말해줄 수 있는 하나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넌 참 운이 좋아’라고 말하는 대신 모든 생명을 비롯한 만물이 제대로 그 자리에서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듯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는다. 그러면 냐냣!! 하면서 꼬리를 툭 치고 지나간다. 인간, 그것은 네 주제에 맞는 염원이 아니야! 하고 쏘아붙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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