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살, 시험관을 기록합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
초음파를 보던 의사들은 한결 같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흠...’하는 외마디 말을 내 앞에 뱉어냈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른 후 그들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아기집만 있고 아기가 없다’ ‘심장이 뛰지 않는다’ ‘며칠 더 지켜보겠지만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다소 무거운 것이었다. 세 번의 임신은 그렇게 초음파를 보고 난 후 7,8주 이내에 단절됐다.
그때의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초음파를 볼 때마다 나는 늘 불안하고 극도로 긴장을 한다. 잘 자라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의 기억이 여전히 나를 두렵고 떨리게 했다. 피검사를 통해 임신 확인을 하고 처음으로 초음파를 보러 갔을 때도 여전히 떨렸고, 긴장됐다. 초음파 화면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금 내 안의 생명을 확인하는 의료진의 입술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 한 말을 들었다.
“아기집이 두 개네요. 쌍둥이예요”
배아를 두 개 이식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 아닌가 싶지만, 하나의 배아가 힘이 약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개를 이식한 거라 전혀 생각지 못 했다. 온전한 생명이 내게 오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 여러 과정들을 넘어야 했는데 한 생명도 아닌 두 생명이 찾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하나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데 둘이라니, 나는 어리둥절해서 제대로 대답도 못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초음파가 끝이 났다.
임신도 제대로 실감이 안 되는데, 쌍둥이라니. 그것도 마흔이 넘은 나에게 쌍둥이라니. 초산인 나에게 하나도 아닌 둘이라니. 여러 가지로 여러모로 실감할 수 없는 마음을 붙잡고 병원을 나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일주일이 훌쩍 지났고, 두 번째 초음파를 보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6주 5일 차.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다.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한 심장소리.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안심할 수 있을까. 이번에 찾아온 두 생명은 내게 심장소리를 들려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음파를 시작했고, 쿵쾅쿵쾅... 두 생명의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 정확히 들렸다. 내 가슴이 울릴 만큼 크고 우렁찬 심장소리가 생생하게 귓가에 울렸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쿵쾅쿵쾅 거리는 그 심장소리가 마치 내가 여기에 있다고, 여기서 살아 숨 쉬고 있다고, 그러니 안심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작은 생명들이 내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괜찮아, 정말 괜찮아, 걱정하지 마...
심장소리를 듣는 그 짧은 순간에 수 만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세 번의 이별, 처음 시험관을 시작하던 순간, 내 몸에 일어나는 일들이 믿기지 않았던 때, 하루씩 나이를 먹으며 불안해지던 맘을 다잡던 모습 등... 2년여의 시간을 지나 처음 마주하게 된 순간은 나를 또다시 알 수 없는 감정 속으로 데리고 갔다.
모든 순간이 그랬다. 임신을 확인하고, 두 생명을 만나고, 심장소리를 처음 듣는 일까지 나에겐 매순간이 어리둥절했고,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들이 생겨났다. 한 가지 단어, 하나의 마음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순간들이었다. 생명이라는 게 이런 건가. 내 안에 생명을 품는다는 일 자체가 한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신비로운 일이라서 그런가. 모든 엄마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까. 그렇게 어리둥절한 채로 나의 임신은 7주를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