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을 자존감으로 안는 것이다

자존감(self esteem)은 온전히 나를 통해 자란다

by 반달

한번쯤 누구나 밑바닥을 쳤다고 생각한 순간을 겪는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이보다 더 최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도 어떤 것도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 때가 있다.

그러나 너무 웃프게도

아주 한참의 시간이 흘러 그때를 되돌아보았을 때,

지금보다 최악은 아니었어 혹은 그래도 어찌어찌 지나갔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온다.

그건 꼭 내가 단순히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때를 덤덤히 되돌아볼 만큼 더 많은 시행착오 속에

단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무너지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지식의 습득보다 경험은 행운에 가까운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에 계약직 새내기 직원이 있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 인턴을 거쳐 계약직 직원이 되었다.

다른 동기들과 달리 다른 병원이나 기관에 취업하지 않고,

우리 병원이 직업활동의 처음과 지금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늘 성실은 했다.

그러나 인턴 때부터를 곱씹어 보면, 노력한 만큼 일을 잘하지는 못했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치라는 것이 있다. 타고난 아이큐나 사회적응력, 습득력 등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그녀는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교를 졸업했고, 학업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일머리가 없는 건가? 그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상담하던 환자가 노발대발하면서 나가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들었다.

자신은 배운 대로 상담기법을 최대한 활용해 상담을 했지만,

환자는 그녀가 자신의 생각과 정보만 캐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생각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사항은 둘째 치고라도, 그녀는 이미 이런 상황이 인턴과 계약직을 겪으며

몇 차례 이런 일을 겪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저는 애초에 이게 안 맞는 사람이었나 봐요. 왜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익숙하게 상담하지 못하죠? 다른 선생님들은 저랑 나이도 비슷한데 문제없이 하잖아요.

전 진작에 그만두었어야 하는 사람인데.... 도움이 하나도 못 되는 사람 같아요.'


라며 아주 탈탈 털린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더 열심히 하지 그랬냐는 확인 사살과 같은 말이다.

난 그녀가 느낀 자괴감이 그간 수많은 눈물과 노력을 잠식시켜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우리는 모두 안는 자이기도 하고 안기기도 하는 자이다.

그건 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지만 최고는 아니다.

그녀를 토닥이고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결국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그녀 자신이다.


이 울먹이는 버거운 순간들이

우리는 일하는 고비 속에서 숨 쉬듯 느낄 수 있다.

슬프게도 언제나 그러하든 결국 상사도 동료도 회사도 나를 완벽히 일상으로 돌려주진 못한다.

자괴감은 단어 자체가 자멸(self-destruction), 자기혐오(self-harm)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렁텅이로 넣는 것이기에,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는 것도 스스로 만이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 탈출법이 자존감(self-esteem)을 발견하고 물을 주며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실수가 있었고 틈이 있었다. 그 가리어진 것을 들추고 분석하여

다시금 실수하지 않도록, 이런 고달픈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 마음을 토닥여야 그 일도 할 수 있다.

힘껏 절망하려면 내 마음에 중심이 필요하다.

그 중심은 나의 존재에 대한 스스로의 긍정적 인식 경험일 것이다.


별거 아니야. 잘하고 있어. 다 똑같지는 않잖아. 잘해오고 있어!

넌 원래 졸라 멋진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거라고!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이런저런 기법들 많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때론 이런 근자감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안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나를 살리는 건 몇 번이고 나여야 하기 때문이고 나일 것임이 틀림없이 때문이다.


오늘 하루, 그리고 앞으로의 매일 속에서 되돌아보며

불안하고 모호한 불안정성한 순간에도, 나의 일을 수행하고 나의 업을 무사히 수행한

나 자기의 존재감을 응원해 주자.

넌 그곳에서 언제나 잘 빛나고 있다고.


화면 캡처 2025-06-28 205233.jpg

그림출처: https://blog.naver.com/meglio21/222114394956

작가 / 작품명: 팀 아이텔(Tim Eitel),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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