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데 더 매콤하다면 이겨내야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재미있던 애니메이션이 심드렁해지거나
설레었던 연예인이 아저씨가 되었을 때?
내 아들에게 물어보면
'불닭볶음면을 먹을 때'라고 말할 것이다.
얼얼하고 매워
마치 이걸 잘 먹으면
마치 나도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적,
나도 있었더랬다.
우리 땐 불닭대신 '신라면'이었다.
대표적인 한국인의 매운맛,
먹고 싶다고 하며 도전해도
우유 한 사발 아니 여러 사발 먹어도
입 안이 진화가 안되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피식하며 '그까짓 것이 뭐라고'라고 하지만
사실 그건 위대한 도전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조건의 것에 도전하는 것,
그것을 달성하면 마치 내가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나
혹은 또래와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쩌면 자기만족 그 이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도전이고
어떤 이에게는 남들과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이며,
어떤 이는 이 경험 만으로
으쓱댈 수 있는 추억 하나를 얻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맵다 못해 얼얼한 일을 수십 번 겪는다.
불닭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시련들로
마음이 타들어가다 못해 너덜너덜 해진다.
계속되는 취업실패, 시련, 배신 등등
우리는 수많은 매운맛으로
인생이 불닭소스 범벅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쓱쓱 비며 화끈하게 먹고
달달한 아이스크림 하나로 쌍큼하게 끝내면 된다.
울고불고 하루를 실컷 보내거나
미친 듯이 하루 만에 일을 해치우고
맥주 한잔에 밤을 새 내일을 맞이하고
툭툭 털고 오늘 다시 리셋된 하루를 살아도 된다.
우리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큰 트라우마나 시련을 겪어도
나름 현재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한다.
그 힘은 회복 탄력성에서 오는 것이고
매일 그것을 알게 모르게 길러야 할 필요도 있다.
마치 매운맛을 0단계부터 1단계씩 올리면
나도 모르게 언젠가 10단계는 아니더라도
5단계 정도는 먹게 되는 것 같은 원리일 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도전하고
실패와 시련에 무뎌지는 과정을 겪으며
나의 마음을 단단히 하는 것이
어른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하고
그 과정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이루어진다.
넘어져도 '괜찮아'하고 스스로 일어나게 돕는 것,
친구들과 달리기에 져도 다음에는 내가 이겨야지 하는 것,
성적 순위에 다음의 시험을 위해 열을 올리는 것,
선의의 경쟁을 통해 사랑을 쟁취하고 양보하는 것
이런저런 과정 속에서 회복탄력성은 자란다.
오늘 힘들다고 내일이 안 오는 것도 아니다.
잘 알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쉽게 좌절하지 않고 쉽게 마음 내려놓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 마음의 고무줄을 유연하게 길러야 한다.
그래야 탱글탱글한 붉닭볶음면을
온전히 즐길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