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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May 29. 2023

중국여행 - 둔황(1)

로망의 서역 그리고 둔황

우리나라에 한창 둔황에 대한 열풍이 불던 시기가 있었다. 뭐 역사에 관심이 없거나 중국에 관심이 없다면 그게 열풍이었나 싶겠지만 한국이 이제 내수 산업을 떠나 해외 여기저기에 진출할 무렵 한국에 '최초의 글로벌 인물이 누군가?' 에 대한 조명이 일어났고 인도에 가서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가 조명을 받던 시기가 있었다. 

또 얼추 그 때쯤 프랑스 박물관에서 직지라든지 여러 가지 동양에서 가져간 문서들에 대한 공개가  일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동안 혜초에 대한 특집 열풍이 엄청나게 불었다. 고선지 열풍도 이즈음이었다고 생각된다. 한중일 내에서 복작거리던 동북아만 보이는 우리의 시점을 넘어서 저 실크로드의 땅으로 떠난 혜초와 망해버린 고구려의 유민이 당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동서양의 문명의 차이를 바꾼 화약, 제지 기술이 전달된 전투의 주역이라는 게 어린 나의 가슴을 뛰게 했다. ‘


그래서 항상 실크로드와 중국, 사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또 책방에서 빌려 읽은 '둔황의 빛'이라는 소설 내 유년시절에 큰 획을 그어주었고, 아, 고구려라는 국뽕 소설에서도 고구려가 망하고 당나라에서 고구려 부흥 운동을 이끌던 이정기와 고선지에 대한 이야기로 국뽕을 치사량 넘게 나에게 주입을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이 지역에 대해서는 언제나 점령되지 않는 땅, 모든 오랑캐들의 근원으로 다뤄지고 있었고 역사책을 읽다 보면 막막한 북막의 사막과 강성한 실크로드의 국가들, 서융, 호레즘, 송찬감보, 토번, 돌궐, 흉노와 같은 자유롭고 통제되지 않는 전사들과 왕소군 같은 아름다운 미녀들과의 사랑들이 깃들어 있었다. 서유기 같은 소설은 또 요괴와 신기한 나라들이 가득 차 있는 사막의 인상을 나에게 남겨 주었다. 


그런가 하면 동사서독의 그 미쳐버릴 듯한 서독의 고독과 사람 한 명 없는 그 광활한 사막에 살면서 백년고독이라는 술을 마시는 서독은 또 90년대 감성뽕을 치사량만큼 주입하였다. 주성치의 서유기는 또 저 멀리 사막을 배경으로 불교적인 심오함과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사랑에 대해 묘사하였기 때문에 20대의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막이 고독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와호장룡에서 귀족 가문의 딸과 티베트에서 자유롭게 살던 도둑이 자유롭게 사랑을 나누던 그 사막 나는 꼭 그 사막에 가보고 싶었다. 

주성치의 서유기
서극의 동사서독

하지만 상해에서 항주에 가는데도 큰 맘을 먹어야 가던 나에게 중국인들도 가기 어려워하는 둔황은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거대한 결심이었다. 더구나 첫 번째 장거리 여행인 북경행 여행에서 첫날 소매치기로 여행자금을 털리고 귀환하고 내몽골 여행에서 감기고 앓아누워있다 왔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나이를 먹으면 저런 험한 곳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결국 비행기 표를 무작정 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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