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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Nov 21. 2022

중국의 전설 - 백사전(5) 법해의 등장

항주와  뇌봉탑에 얽힌 이야기

    허선과 백소정이 항주에서 약방을 차리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무렵 서천에 거북이 한마리가 있었다. 그 거북이는 여래불의 연좌 아래 숨어 살았다.

여래불이 앉는 연좌(蓮座)

여래보살의 연좌 아래에 있다보니 여래보살의 설법을 오래 들으며 공력이 점점 쌓이고 몇가지 술법들을 몰래 배웠다. 그러던 어느날 설법을 마친 여래불이 잠시 조는 틈을 타서 거북이는 여래의 금바리, 가사, 청룡지팡이를 훔쳐서 인간 세계로 도망쳤다.

중국드라마에서 법해


  인간 세계에 도착한 거북이는 도술을 부려 자신의 모습을 인간으로 바꿨다. 그리고 훔쳐온 가사를 입고 금바리를 메고 지팡이를 짚자 영락 없는 스님의 모습이 되었다. 거북이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여래불 밑에서 수행을 오래 하여 법력이 강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스스로 '법해 法海'라고 이름 지었다.


  법해는 전강에 있는 금산사에 머물면서 스님 행세를 하였다.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탁발을 하던 중 허생의 보화당에 도착하였다. 법해가 보화당 안을 보니 부부가 약을 조제하느라 바쁜데 도력을 통해 보니 부인이 인간이 아닌 백사였다. 백소정이 잠시 2층으로 올라가자 법해는 *목어를 두드리며 약국으로 들어갔다.

목어(木漁)

"시주님 약국이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다 부처님의 뜻입니다. 소승이 좋은 인연을 맺도록 고양을 좀 베푸십시오."


"스님 감사합니다. 공양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요?"


"7월 15일 우란분재 때에 금산사에 오십시오. 이 때 향을 사르고 공양을 올리시면 보살이 보살피시어 복이 넘치고 두루 평안 하시며 장수 할 것입니다."


"그 것 참 좋은 일입니다. 스님 여기 적지만 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허생이 전통에서 동전을 한 줌 꺼내어 법해에게 쥐어 주었다. 법해는 흡족하게 돈을 받아 들고 화연부(공양목록)에 허생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   


  7월 15일 우란분절이 되자 허생은 혼자서 금산사를 찾아 갔다. 금산사에 도착하자마자 법해가 허생을 자신의 선방으로 불렀다.


등불을 밝히고 우란분절을 축하하는 사람들

  

"시주님, 정말 잘 왔습니다. 시주님의 댁에 큰 우환이 있습니다."


 "무슨 말씁이십니까? 법사님?"

허생이 놀라며 반문 했다.


"집에 계시는 아내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실은 요괴입니다."


"말씀이 지나치시오! 그 사람이 얼마나 착하고 바른 사람인데 요괴라 하시오?"

허생이 펄쩍 뛰며 말했다. 법해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허생에게 말했다.


"시주님, 소승의 도력으로 꿰뚫어 보니 그 부인은 백사가 천년을 수양하여 사람으로 변한 것이외다. 의심가는 일이 없었습니까?


허생은 불현 듯 단오절의 일이 떠올랐다. 법해가 너무 정확하게 백사라고 말하자 허생도 자신이 헛것을 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소정의 사랑이 의심되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짚히는 일이 있으시구려?" 법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하지만 허생은 백소정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없습니다. 스님 제 아내는 정숙한 사람입니다."


"소승이 보아하니 시주님도 이미 그 요괴의 꼬임에 넘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분명 그 폐해가 더 심해질 터이니 여기서 나와 함께 불도를 닦으며 나를 사부로 부르시오"


허생은 태중에 자식의 얼굴도 못본 채 중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답을 하지 않았다.


"답이 없으신걸 보니 시주님도 이미 요괴에게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여기서 나갈 수 없소!"


허생은 황급히 일어나 나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미 법해가 술법을 부려 허생은 선방 안에 갇히고 말았다.


한 편 백낭자는 집에서 허생을 기다리다가 허생이 계속 기다리지 않자 소청에게 작은 배를 구하라고 하여 *경항운하를 따라 거슬러 올라 금산사에 다달았다. 백낭자가 금산사에 이르러 도술을 펼치자 숨어있던 법해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강(鎭江) 금산사

  "감히 나의 도술을 꺠다니 방자하기 그지없구나 백사야!"


백소정은 법해가 남편을 가두어 두었음을 알아채고 노기등등하여 말했다.

"너는 대관절 누구길래 남의 남편을 가두어 두는 것이냐?"


법해가 뛰쳐 나오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띄며 말했다.


"하하하 허생은 이미 이 노승에게 절하여 제자의 예를 올리고 불제자의 길을 걷기로 했는바 곧 '고난의 바다에서 쉴 곳은 없지만 고개를 돌리면 피안(고해무변 회두시안)'의 경지를 알것이다. 본승은 자비를 근본으로 삼는 바 너희가 그대로 돌아간다면 살 길을 열어주겠으니 돌아가 계속 불법을 수련하도록 하거라"


“우물물이 강물을 침범하지 않듯이 너와 나는 서로 가는 길이 다른것인데, 너는 어찌하여 나와 굳이 원수를 짓는가? 어서 내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백소정이 외치는 소리를 듣자 법해는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고 느껴 청룡 신장을 꺼내어 백낭자에게 휘둘렀다. 백낭자가 청룡신장을 막아 서고 소청도 도왔다. 하지만 청룡신장이 머리를 태산처럼 짓누르고 회임을 한 상태라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금산사 아래로 도망쳐 내려왔다.


산 아래로 도망친 백낭자는 머리에서 금비녀를 뽑아 흔들었다. 그러자 바람이 휘몰아 치면서 금비녀는 '령(令)'자기 로 변하였다. 깃발에는 크고작은 물결 모양이 수 놓아져 있었다. 소청이 기를 받아 머리 위에서 세번 휘두르자 금새 사방에서 물이 쏟아 지면서 용궁의 군대가 새우는 병졸의 차림을 하고 게는 장군의 차림을 하고 오와 열을 지어 군대 처럼 몰려들어 금산사를 향해 행진하였다. 용궁이 군대가 행진과 함께 물이 차올라 금산사 입구 까지 물이 찼다.

 중국 민간에서 용왕의 군대는 종종 새우병사 게장군(蝦兵蟹將)이라고 불린다. 오합지졸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법해가 이것을 보고 놀라며 걸치고 있던 여래의 가사를 벗어 금산사의 입구로 던졌다. 그러자 금색 빛이 번쩍이며 가사가 큰 제방으로 변하여 차오르는 물을 막았다.  물이 일척이 넘게 차오르면 제방이 한척 더 높게 솟앗고 물이 일장을 차오르면 제방이 다시 일장이 더 높아졌다. 물이 아무리 크게 차올라도 결국 이 제방을 넘지는 못하였다. 백낭자가 이것을 보니 법해를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별 수 없이 소청에게 병사들을 거두라고 했다. 그들은 서호로 다시 도망쳐 돌아와 수련을 하며 다시 복수의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한편 허생은 법해에게 갇혀서 어디도 가지 못하고 법해에게 목숨이 왓다 갔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홍수가 일고 바람소리가 크게 나며 법해가 잠시 보이지 않자 그 틈을 타서 도망쳐 나왔다. 서호변에 와서 보화당에 도달하니 부인도 소청도 보이지 않았다. 허생은 필시 법해가 그 둘을 해하였다고 생각하고 가산을 정리 한 뒤 복수를 위해 항주로 떠나기로 하였다.


항주로 떠나기 전 허생은 마지막으로 백낭자와 만났던 단교에서 헤어진 부인을 만났던 날을 추억하며 비통한 마음으로 거닐고 있었다. 때마침 서호 바닥에서 복수를 위해 수련하던 백낭자도 남편이 그리워 단교에 나왔다가 허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둘은 서로를 쓸어안으며 그동안 겪었던 고난을 말하며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소청까지 불러 셋이 재회한 뒤 다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다.



* 목어(목탁의 유래)


불교에서 쓰는 물고기나 개구리 모양의 큰 북을 말한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작게 만든것을 목탁이라고 한다. 이 목어의 유래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득도를 한 어느 스님이 죽고나서 물고기로 변했는데 그 등에 나무가 자라났다는 설과 스승의 말을 듣지 않던 제자가 물고기가 되어 등에 나무가 자라나서 괴로워 하다가 어느날 스승을 만나 나무를 제거해 주자 득도하여 그 나무를 물고기 모양으로 깍아 두드리게 했다는 설이 있다. 이 목탁은 득도에 대한 경계를 알려쥐도 하지만 특히 물고기들의 해탈을 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법해가 굳이 목어를 두드린 것은 물의 요괴인 백소정을 쫓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우란분절


불교의 기념일로 식탐으로 인하여 아귀지옥에 빠진 이들을 구하는 날이다. 목건련이라는 제자가 특별히 부처에게 청하여 지옥에 있는 어머니를 구한 날이다. 목건련의 어머니는 생전에 아들이 공양을 하라고 준 돈으로 가축을 때려잡고 시주를 거절하였다. 그래서 지옥에 떨어졌는데 이때 아들이 어머니를 구하고자 밥한공기를 가져와 먹였다. 이때에도 생전의 탐심을 못버리고 다른사람들 막고 오른손으로 퍼먹었는데 이 때 먹은 밥들이 다 불꽃으로 변하여 먹을 수 없었다. 다시 부처에게 목건련이 빌어 어머니가 개로 환생하였다.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스님들이 여름안거를 끝내는 7월 15일에 향을 올리고 음식을 하고 의복을 바쳐 공양하라고 했다.


*경항대운하


백소정과 소청이 삼판선(바닥이 평평한 작은배)을 타고 금산사에 다달았다고 한다. 금산사가 있는 진강은 양자강의 하류이고 항주는 내륙에 들어와있다. 수양제가 건설하여 계속 증건해온 경항 대운하를 통하면 바다를 통하지 않고도 양자강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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