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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Nov 22. 2022

중국의 전설 - 백사전(6)뇌봉탑에 갇히는 백소정

서호와 뇌봉탑에 얽힌 전설

금산사에서 도망쳐온 백소정과 허선 그리고 소청은 항주에 숨어 지냈다. 시간이 지나 백소정은 어느덧 어머니를 닮아 아름답고 피부가 하얀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허몽교라 지었다. 허생과 백소정은 아이를 기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아이가 태어난지 한달을 채우고 시절은 새해가 되어 원소절을 맞이 하였다.


원소절은 음력 1월 15일로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에 해당하는 날이다. 중국 사람들은 원소절이 되면 집집마다 등불을 걸고 사자춤을 추며 탕 위앤이라는 찹쌀로 둥글게 빚고 안에 여러가지 소를 넣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탕과 같은 음식을 먹었다.  

원소절 등불 밝히기


  허선은 원소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탕빙을 먹었다. 탕빙은 송나라 시대에 먹었다는 탕위앤의 원형과 같은 음식이다. 탕빙을 먹으며 이제 곧 한달이 되는 아이의 만월주(满月酒)를 의논하였다.

탕빙(汤饼)을 재현한 모습

 만월주는 아이가 태어난지 한 달이 되기 전까지는 힘든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달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아이를 보여주는 날이다. 집안을 장식하고 음식과 술을 무엇을 차릴지 의논을 했다.


허선이 집을 청소하고 술을 준비 할 동안 소청과 백낭자는 음식 재료를 사러 나가기로 하였다. 나갈 준비를 하며 화장을 하는 백낭자를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과 자태 그리고 즐겨 입는 하얀옷을 보다가 문득 아내에게 머리 장식이 하나도 없는 것이 보였다. 일전에 법해와 싸울때 머리비녀를 뽑아서 용왕군을 소환 하고 없어졌기 때문이다. 허선은 친척들 앞에 아내와 아기를 선보여야 하는데 아내가 비녀 하나 없이 나서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때 마침 잡화상이 물건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비녀팝니다. 목걸이, 귀걸이, 팔찌, 가락지 팝니다! 하나 밖에 안남은 금봉관(金凤冠)팔아요!"

허선이 그말을 듣고는 잘되었다 싶어 잡화상을 집안으로 불렀다.


"여보, 내가 만월주기념으로 뭘 하나 사주고 싶은데 한번 골라 보고 차보시구려"


"정말 입니까? 이보시오 화랑(货郎) 어떤 물건이 제일 좋을까요?"


"마침 딱하나 남은 금봉관이 있는데 낭자의 미모에 수준을 맞추려면 이 금봉관 밖에 짝이 없습니다."


허선이 그 금봉관을 보니 과연 제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백소정은 내심 금봉관은 너무 비싸 보여 허선의 눈치를 보았다.


"여보... 금봉관은 너무 비싸 보이는데"


허선이 가격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려는데 화랑이 껴들었다.


"한번 써보시기만 하면 꼭 사시고 싶을 것입니다. 그냥 보는 것과 써보는 게 또 다르지 않겠습니까?"


"여보 당신에게 내가 천금인들 아깝겠소 한번 써보고 어울리면 내가 꼭 사주겠소이다."

금봉관

백소정은 기뻐하며 금봉관을 머리에 썼다. 금봉관은 과연 잘 어울렸고 백소정은 금봉관을 쓴 자기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고 허선은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금봉관이 점점 백소정의 머리를 조여왔다. 벗으려고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머리를 조여왔고 백소정은 관을 벗으려고 하다가 결국 못버티고 바닥에 쓰러져 혼절하고 말았다. 허선도 달려가 벗기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벗길 수가 없었다.


"이보시오 잡화상 이게 무슨일이오! 어서 이것 좀 벗겨 주시오"


"어디 제가 한번 봅시다."


잡화상은 백소정에게 다가가 금봉관에 숨을 불어 넣으며 뭐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금봉관이 빛이 나면서 백소정의 머리에서 벗겨졌다. 하지만 금봉관은 갑자기 밥 그릇 모양으로 변하며 백소정 주변을 돌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잡화상이 삿갓과 잡화상 옷을 벗어던지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너는 법해?"


"하하하 소승이 여러분들을 찾아 다닌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순순히 저를 따라 가시지요."


허생이 놀라서 소리 쳤지만 금봉관을 없앨 수는 없었다. 금봉관은 만해가 훔쳐온 여래의 3개 보물 중 하나인 금바리였다. 금바리가 점점 빠르게 백소정 주변을 돌았고 백소정은 원래의 모습인 백사로 변하였다. 정신을 차린 백소정은 눈물을 뚝뚝흘리며 나가려고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소청이 나와 법해와 맞서 싸웠지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법해는 금바리를 가지고 서호가에 있는 남병정자사의 뒷산에 있는 뇌봉산의 뇌봉탑안에 백소정을 가두었다.

현재 모습으로 고치기전의 원형의 뇌봉탑


"소청아 지금은 법해를 당해 낼 수 없다! 아이와 형부를 데리고 숨어!"


"언니!"


"아이가 자라면 꼭 이 어미가 여기에 갇혀 있다고 알려주고 나를 구하러 오렴"


소청은 허선과 아이 허몽교를 데리고 법해가 따라오지 못하는 먼 곳으로 숨었다. 훗날 아이는 장성하여 어머니를 닮아 총명한 머리와 아버지의 글재주를 바탕으로 장원급제 하였다. 그리고는 항상 자기를 돌봐준 소청이모에게 자신이 백사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뇌봉탑에 갇혀있다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소청과 허몽교는 힘을 합쳐 법해와 싸우며 틈을 보아 뇌봉탑을 무너트린다. 그러자 갇혀 있던 백소정이 나와서 싸움에 끼여든다.


소청과 허몽교만으로도 힘에 부치던 법해는 백소정까지 합세 하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망칠 기회만 찾게 된다. 그러다가 몸을 날려 서호로 도망 쳤으나 다급하게 도망치느라 술법을 잘못외워 서호 바닥에 빠지고 말다. 그러다가 서호 바닥에 게를 보고는 게의 뱃속으로 숨어들었다. 게는 무엇인가 자기 뱃속으로 들어오자 몸을 움츠려 결국 법해는 게 뱃속에 갇히고 말았다.


 법해가 게 뱃속에 갇히고 기운이 끊기자 백소정과 허선 그리고 소청과 장성한 아들인 허몽교는 다시 한번 눈물의 재회를 하고 행복하게 잘 살 았다.


하지만 게는 원래 똑바로 걸어다니고 있었으나 뱃속에 속이 흉악한 법해를 품게 되면서 똑바로 걸어 다니지 못하고 옆으로만 기어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게딱지를 열면 숨어 있는 법해화상의 대머리를 찾을 수 있다.

게딱지 속에 아직도 숨어 있는 법해의 모습


  백사전은 시대에 따라 주인공과 인물이 조금씩 바뀌면서 천여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도 청사에게 재조명된 청사가 주인공인 청사전, 법해가 영웅으로 나오는 백사전 등 다양하게 재창조되어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서로 너무 나도 다른 존재가 서로 사랑을 하고 또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 돕고 경쟁하고 그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받아서일 것이다. 항주와 뇌봉탑을 여행하며 또 게딱지를 열어 법해를 찾으며 전설을 찾아 보며 천여년을 이어온 사랑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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