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
스토리로 풀어나가는 사랑 얘기를 원한다면 추천
스릴러로서는 조금 부족
전체적으로는 재미있는 소재와 탄탄한 연기력 박찬욱이라는 믿고 보는 감독의 영화
분위기는 다소 어두움 부부끼리나 부모님과 보는 것은 비추
- 스포가 없는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
팬이 된다는건 즐거운 일이다. 내가 팬이 된 감독과 작가가 있는데 박찬욱과 김훈이다. 이 둘의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지만 즐겁다. 하지만 내가 더이상 피 끓는 청춘이 아니듯 감독도 작가도 나이를 먹는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김훈 작가의 글과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평이 많았다. 젊은 시절 장마로 눅눅해진 자취방에서 그의 영화를 보거나 어떻게든 애절하게 구애를 한 여자애의 손을 잡고 그의 영화를 볼 때의 온몸이 감각이 선득선득 해지고 혼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받았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때도 여전히 호불호가 있는 감독 이었다.
김훈도 그랬다. 그의 아름다운 문장과 애절한 스토리는 그의 글을 읽고 읽고 또 곱씹게 하는 젊은 나의 우상이었고 사진속의 그는 머리가 하얀 중년이었지만 그의 글은 단단한 나뭇껍질을 벗겨낸 연두색 줄기 처럼 가녀리고 풋풋했다. 눈내린 삼청동 감사원 길을 오르던 시절이 생각난다. 애절하게 구애했던 아이들에게 다 이별 당하고 혼로 밥벌이를 위해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마을 버스에서 고이 꺼내 읽으면 먹먹한 외로움이 밀려오곤 했다.
이젠 나도 감독도 작가도 다같이 나이가 먹어서 일까? 영화를 재밌게 봐도 어린 시절의 그 감상들이 들지 않는다. 세간의 평도 시큰둥 하다. 어릴 때는 시쿤둥한 평일 수록 나만의 감독 나만의 작가라는 생각에 더 좋아졌는데 이제 그런 열정도 사그라 든듯하다. 세상도 나도 감독도 작가도 다 늙어버린 것만 같아 심통이 난다. 배우도 그렇다. 연예의 목적의 박해일의 어린시절의 풋풋함을, 색계에서 탕웨이의 도발적인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써는 이 영화는 너무 심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나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애써 젊게 열정적이게 감성적이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