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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Jan 15. 2023

이직 상담을 하던 날

회사에서 직무상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상담해야 한다.


"팀에 문제가 있나요?"


"건강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일이 힘든가요?"


"상사나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나요?"


"급여가 맘에 안드나요?"


"지금 하시는 일이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공부를 더 하거나 자격증 준비를 하시나요?"


"사업을 준비하시나요?"


“더 좋은 회사로 이직 하시나요?”



나 역시 여러번 이직을 했고 사람들은 보통 저런 문제들로 이직을 한다. 일에 지쳤고 사람에 지쳤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돈을 더 벌고 싶고 개인적으로 준비하는일이 있고 각양각색의 일들로 회사를 떠난다.


최근에 상담을 한 사람은 내 예상과 달리 윗 질문들에 모두 아니라고 답을 했다.


나는 약간 당황했다. 10년이 넘는 내 직장 생활에서 위 사유에서 벗어나는 일들은 거의 없었다. 약간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공부를 하긴 할 것인데 인생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란다. 자세히 물어보니 최근 존재의 이유에 대해 회의를 느꼈고 그것을 탐구하러 떠난다고 했다. 상당히 놀랐지만 새삼 납득을 하고 그의 용기가 부러워졌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드는 질문 이지만 그것에 대해 탐구한다는 것은 또 이 현실을 모두 던지고 탐구하러 떠난 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마음속으로 스승처럼 생각하는 선배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회사를 잘 다니다 말고 그것도 촉망받는, 오너와 친구 처럼 겸상을 하는 사이에서 모든 것을 훌훌 벗어 던지고 티벳에 공부하러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일생의 사랑을 만나 돌아와 다시 취업을 했다. 그리고 그 때 신입사원 이던 나의 파트장으로 그가 오면서 처음 만났다.


그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그렇게 도를 닦다가 돌아와서도 다시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러웠다. 그는 는 자기 이름 역시도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 일을 하는 방식은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고 부러웠다.


하지만 그 역시도 회사를 치유하지 못하고 떠나갔고 그를 파트장으로 섬기던 나 역시 커리어가 엄청나게 꼬였다. 뭐 그 덕에 중국에 파견가게 되었으니 운명은 얄궂다.


어찌 됐건 회사를 다니다 두번 째로 만난 존재를 탐구하는 이 회사원들.. 나는 다만 키보드를 여는 것으로 잠시 숨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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