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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카리 Jun 17. 2023

직장인 빌런 열전

빌런 어디까지 만나봤니?

지난번에 쓴 커피로 회사 거르기가 조회수가 폭발해서 회사 얘기를 더 써볼까 한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만난 빌런들을 한번 정리해 보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누군가의 행동이 나에게 빌런일 수도 있고 나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빌런일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주관적인 경험과 재미를 위해 과장과 비약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빌런의 종류가 무수하여 다 언급할 수가 없다. 언급 안된 빌런을 알려 주면 추가해 보겠다.



보급형 빌런 열전


1. 손톱귀신

사무실에서 똑똑똑 손톱을 깎는다. 본인은 손톱으로 누구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있고 싶을 뿐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그 소리가 사무실에 불쾌감을 유발하고 손톱이 튀어서 어디로 갈까 라는 상상 때문에 불편해진다. 야근 많이 해서 집에서 손톱 깎을 시간이 없는 상사들과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타자를 못 치는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2. 치카포카 빌런

역시 사무실에서 양치질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손톱깎이 인형처럼 양치를 안 하는 게 더 더러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하라는 뜻인데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 사무실 양치질 빌런보다는 덜하지만 이동 중에 양치질하는 유형도 있다. 너무 순식간이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주치는 사람들은 혐오감을 느낀다. 반대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화장실 양치질을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거나 공중화장실에서 개인용무를 본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많은 한국 회사들은 양치질 공간을 화장실과 분리해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3. 커담노인

믹스 커피와 담배를 하고 온 노인들이다. 엄청난 냄새로 불쾌감을 준다. 필자도 한때 담배를 피워서 담배와 커피를 하면 매우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밀크커피는 혀에 프림이 끈끈하게 나고 그 위에 담배 연기가 세팅이 되면서 상상 못 할 조합이 만들어진다. 점심 먹고 회의실에서 커담노인과 열띤 논쟁을 벌이면 그냥 논쟁에 굴복하고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원두커피의 보급과 코로나 마스크 착용으로 근래에는 매우 만나기 힘든 유형이다. 아? 아니라고? 내 주변에만 없어진 걸 수도 있겠다. 당신의 PSTD에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


4. 아가리 똥내 빌런

커담 노인은 커담을 하고 왔을 때만 나지만 아가리 똥내는 항상 난다. 차라리 치카포카 빌런을 만나고 말지 아가리똥내는 정말이지 마주치기 싫다. 지금도 비위가 상하기 때문에 묘사를 생략한다. 최근 회사 화장실에 가글액이 비치되고 있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입은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알려 주는 것이다. 나이 들면 입냄새가 더 심해진다. 필자도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입냄새가 날 수 있다. 가글을 일상화 하자. 필자의 회사에 젊은 직원들이 화장실에 가글을 비치에 달라고 했다가 양치질을 하면 되지 그런 걸 왜 설치하냐고 거절당했다 한다. 정말이지 커담노인과 아가리 똥내를 그 부서에 파견해 주고 싶은 엄청난 충동을 느꼈다.


5. 메멘토 메모리 빌런

자기가 시킨 일을 기억 못 하는 병에 걸린 빌런이다. 주로 고위 상사에게서 광범위하게 발견되었으나 최근에는 젊 꼰들에게도 흔하게 발견된다. 자기가 일을 시켜놓고 가져가면 왜 했냐고 되물어 힘을 쭉 뺀다. 가끔은 한 단계 윗 상사가 이거 누가 했냐고 할 때 시킨 놈이 나에게 왜 했냐며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이런 일을 당하면 힘이 쭉 빠진다. 이들의 천적은 MZ 세대로 이들은 직장생활 대부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생활화하기 때문에 빼박 증거로 반격받고 "요즘 것들은 이해할 수 없다!" 라며 정색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6. 혼잣말 래퍼, 한숨 빌런

계속 혼잣말을 한다. 욕을 하는 유형도 있다. 혼잣말로 그냥 힘든 걸 말하면 좀 이해가 간다. 가끔 이게 대화를 하자는 건가 그냥 혼잣말인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한두 번이면 내가 일하고 있어서 말 걸기 어려웠나 하고 넘기지만 이계 일상화되면 광범위한 인성에 파괴를 입는다. "네? 뭐라고요?" 그래 한 번 말해 보자 하면 "아니에요~흥흥" 하면서 더 화나게 만든다. 한숨 빌런과 종종 겹친다. 한 숨을 푹푹 쉰다. 도대체 무슨 우환이 그렇게 많은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나까지 기분이 나빠진다. 혼잣말 래퍼와 한숨 빌런이 있는 사무실은 음악을 틀어 주던지 이어폰 착용을 허용해줘야 한다.


7. 한 입만 빌런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간식을 뺏어 먹는다. 그들에게 직원들의 책상이 뷔페로 보이는 듯하다. 사내 스낵바가 있는데도 굳이 다른 사람이 가져온 걸 먹는다. 내가 아껴먹는 과자를 뺏어 먹으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있을 때 가져가는 빌런은 그래도 예의가 있는 빌런이다. 내가 자리에 없을 때 뒤져서 가져가는 독한 종류도 종종 학계에 보고된다. 지독한 종이다.


8. 내것은 내 거 네 것도 내 것

물건을 빌려가서 안 돌려준다. 회사에서 사준 거면 덜 아깝다. 내가 내 돈 주고 산 사무용품을 가져가서 안 돌려준다. 돌려달라고 가면 "응? 이거 내건데"를 시전 하거나 "아 공용 박스에서 하나 또 빼다 써"등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책을 빌려가거나 우산을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기도 한다. 야근을 하며 내 책상 위에 물건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들의 존재 때문에 사무실 CCTV의 설치가 정당화되는 큰 사례가 되었다. 종종 고가의 물건에 손대거나 엔빵을 안 갚아 실제 문제가 되기도 한다.  


9. 차단 빌런

일하다 보면 서로 기분이 나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차단 빌런은 일하다 기분이 나쁘면 나와 관계 대화를 차단한다. 메신저 대화는 받아주는 유형과 업무와 관련된 대화도 차단해 버린다. 매우 난감해진다. 상사가 황희정승병에 걸려서 네 말도 옳고 네 말 또한 옳다고 중립을 가장한 책임 회피를 할 경우 직장생활이 매우 험난해진다. 애도 아니고 제발 우리 화나더라도 업무는 하자


10. 천상천하유아독존 빌런

MZ세대의 개인주의를 극단으로 연마한 빌런이다. 회사에서 업무 외에는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듯하다. 누구는 좋아서 사내 활동을 하는지 가끔은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하루 8시간 이상 붙어 있는 사람들끼리 칼같이 끊고 살 수는 없다. 결국 자기가 필요할 때는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이러면서 다가온다. 업무도 유튜브로 혼자 배워라라고 해주고 싶다.


스페셜 빌런: 스페셜 빌런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빌런들을 골라 보았다.


셀프 월급 빌런

내가 겪은 빌런 중에 가장 독창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빌런이다. 직장 생활 내내 이체자 명을 회사명으로 하여 30% 삭감된 월급을 자신에게 이체했다. 이유는 부인에게 들키기 않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20년 넘는 스스로에게 30% 삭감된 월급을 주던 셀프 하청은 해외파견을 가면서 걸리게 되었다. 해외 파견을 가면서 그가 급여 시스템에서 통장을 바꾸기 전에 전액 생활비 통장으로 입금된 것이다. 그가 젊은 급여 담당 직원에게 자신이 이혼당할 위기라며 온갖 패악질을 부리며 난동을 부리는 것을 보면서 정말이지 세상엔 희한한 사람도 많다고 느꼈다.


강아지 가족 빌런

반려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 복지로 반려동물 복지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와 비례해서 반려동물 빌런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날는 프사에 반려 동물을 해 놓은 직원 한 명이 부서장과 노발대발하며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단 퇴근을 한 것인데 사유는 '강아지가 실종되어서'이다. 그게 어째서 싸울 거리가 되는가 인데 문제는 정상적으로 휴가를 쓰거나 보고를 하고 나갔어야 하는데 일언반구도 없이 무단 퇴근 한 것이다. (그것도 외투를 걸어놓고 피씨는 켜놓아 자리에 있는 것처럼 해두었다.) 그리고 그게 걸리자 부서장에게 강아지도 가족인데 팀장님이 집에 안 보내 줄거라 생각해서 간 거다. 라며 싸우는 것을 보았다. 맞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휴가를 쓰던지 일단 주변에 알리고 나간다.


내가 생각나는 빌런은 여기 까지다. 사실 진정으로 나쁜 사람들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나 케이 직장 케이 사회생활의 비호로 잘먹고 잘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빌런이라며 웃으며 공유하기보다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 진정한 빌런 극복기를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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