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짧은 여정

첫 유럽, 이탈리아 여행을 끝내고

There and back again

by 올리비아 킴


There and back again

6월 1일부터 9일까지, 짧았던 이탈리아 여행.




빌보도 프로도도 여행을 끝낸 후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이었을까. 아니다. 그들이 모험이었다면, 나는 그저 짧은 여행, 편안한 여행에 불과한 것이라 감히 비교할 바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을 떠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느끼는 건 조금 닮지 않았을까. 그리운 집과 일상에 안기는 듯한 기분과,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 좀이 쑤시는 느낌.


집을 떠난 후, 또는 어떤 큰 사건을 겪은 후 일상으로 돌아온 다는 건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것처럼 설레는 걸까. 눈에 익는 정겨운 풍경,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친숙한 언어,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공기는 그립고 반가운 것들이다. 그것들과 마주하면서 나는 쓸데없는 걱정에 휩싸인다. 일상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여행지가 그립진 않을까, 오히려 더 무력해지진 않을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몸에 익었던 생활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알람 소리에 잠을 떨치고, 출근 준비를 하고, 느릿느릿하게 준비하느라 서두르는 와중에도 작은 고양이에게 코를 비비며 인사를 하고,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내 모습은 여행 전의 내 모습과 같다.


매일 반복되었던 이런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잠시 내가 일상과 떨어져 있으면서 무척이나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대의 석조 건물과 화려한 장식이며, 그림, 아득한 풍경들이 그리워지는 건 지금 내가 그곳과 먼 곳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쉽고 미련이 남을 법도 하지만 복귀한 일상은 매우 가뿐하다. 짧은 여행, 매 순간마다 집중하고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바라지도 않았던 어린 시절들의 바람들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던 로마도,

빛을 빨아들이던 로마의 판테온과 성 베드로 성당도,

미켈란젤로가 내 나이쯤에 온갖 고생을 하며 그려낸 천장화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피렌체의 두오모도,

빛을 잃고 연보라색으로 저물어가던 피렌체의 전경도,

진리를 캐고자 했던 많은 과학자들의 흔적도,

모네의 그림에서나 보던 토스카나의 양귀비와 바람에 흩날리던 밀밭, 계속 보고 싶었던 석양,


내 손끝에 남은 고대, 중세, 르네상스의 스러져간 시간,


유럽이라는 나라에 겁먹은 내게 내밀어준 따뜻한 손길들,

내 생에 누리기엔 모두 과분했던 것들이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지난 짧은 여행은 내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처럼 나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하게 되겠지.



정말로, 참으로, 무척이나

좋은 여행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