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찰나의 시

그 여름, 소라게 죽다

by 올리비아 킴
그 여름, 소라게 죽다.png


부서진 집을

부둥켜안은 채

바싹 마른 소라게





내게 소라게는 자화상과도 같을 것이다.


집이 없으면 햇빛에 온 몸이 말라버리는 작은 소라게.

몸에 맞는 집이 없어 그 집을 찾기 위해 전전 긍긍하면서 떠돌아다니고,

혼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그런 소라게에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집을 부서 버린다면 - 소라게는 곧 죽고 말겠지.


지난 주말, 나 자신을 스스로 괴롭힐 수밖에 없었던 밤.

관계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선택밖에 하지 못했던 나는 나 자신이 완전히 죽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간신히 찾았다고 생각한 나의 집, 다시 말해 내 모습을 부수고 초라한 나를 마주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었던 무척이나 무서웠던 지난밤. 부서진 몸을 이끌고 다시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너무도 막막한 요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건 수피 시인 '루미'의 '손님'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존재, 인간은 여인숙이라,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당도한다


한 번은 기쁨, 한 번은 좌절, 한 번은 야비함

거기에 약간의 찰나적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들을 맞아 즐거이 모시라

그것이 그대의 집안을

장롱 하나 남김없이 휩쓸어가 버리는

한 무리의 슬픔일지라도.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라.

그 손님은 뭔가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 내면을 비워주려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




나의 소라게가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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