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찰나의 시

여름밤

by 올리비아 킴

지난 주말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현대식 건물이 무색할 만큼 집에도 비가 새어 새벽부터 고생을 했다. 무서울 정도로 쏟아지던 비는 일요일이 되어서야 기세를 멈추고 짙은 구름을 걷었다.


비가 멈추자마자 습한 공기와 함께 더위가 몰려왔다. 바람도 더위에 질렸는지 불기를 멈췄다.


밤에도 뒤척이며 깨기를 두어 번, 자정이 넘은 시간. 서늘한 밤바람이라도 불까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자, 밤바람 대신 습한 여름밤, 풀들이 토해내는 흙내음과 한 마리의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영롱하고 맑은 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여름밤,

적막을 깨고 홀로 노래를 부르던 귀뚜라미.

오늘 밤에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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