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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May 14. 2020

온라인 교육이 정말 해답일까

교육의 온라인화를 시도한다면 생각해봐야 할 세 가지

 



매일같이 확진자 수가 갱신되던 지난 2~3월 대비, 4월부터는 확진자 수가 줄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제 잠잠해져서 곧 다시 지난 일상이 되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개학이 점차적으로 시행되었고, 중단된 문화생활도 재개되었다. 교육업계도 조금씩 웅크렸던 몸을 펼치기 시작했다. 줄어든 확진자 수가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듯 사람들은 움직였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사태가 터지자마자 여기저기서 무증상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사회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1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오프라인 교육도 중단됐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3월에 내부 교육을 시행했지만, 즉시 경영팀의 경고를 받았고 계획되어있던 모든 교육이 지연됐다. 예약한 세미나실도 모두 취소했다. 주변의 많은 강사님들께서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열거나 책을 쓰시기 시작했다. 나는 기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매일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면서도 취소된 모든 교육에 며칠간은 넋 놓고 앉아있기 일쑤였다. 좀이 쑤셔 그간 못했던 지식을 탐구하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모의 실습이나 교육을 개발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이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니 허리가 아파왔다. 한 달에 적어도 서른 명에서 최소 그 두배의 사람들을 며칠간 만나고 교류를 쌓던 나였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 일-집을 반복하며 주말에도 자체 재택 감금을 실천하다 보니, '내가 정말 내향적인 집순이가 맞았나'라는 생각에 의문이 든다.






 더 이상 우리를 놀릴(?) 수 없었던 회사에서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길 바랐다. 내부에 유튜브 같은 온라인 콘텐츠 학습 플랫폼이 있으니 나는 몇 개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작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했다. 늘 회사에서 그렇지만 제안을 한 사람이 일도 해야 하는 법. 내부에 영상 콘텐츠 제작팀이 있어 의뢰를 할 수 있었지만, 스토리 보드를 써줘야 했다. 다시 말해, 기술적인 것만 빼고 다 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오래 걸린다. (회사에선 늘 빨리빨리 해 달라고 하니까) 약 2~3분 내외의 영상이 3주가 소요된다. 우리 외에도 요청하는 팀이 많으니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만들겠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잠시 몸을 담긴 했지만, 미디어 학과에서 배웠던 기술을 살리면 될 것 같았다. 말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내게 주어진 장비는 휴대폰과 셀카봉 겸 미니 삼각대, 동영상 편집 휴대폰 어플이 전부였다.



나의 힘이 되어주었던 사과




 깜빡이는 휴대폰 커서, 새하얀 A4 용지, 그리고 사과폰을 번갈아 보면서 난 영상 강의를 만들겠다고 말한 내 입을 때리고 싶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때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해야 할 작업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영상을 찍기에 좋은 환경도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거창한 학습 커리큘럼을 단 시간 내 만들기란 벅찬 일이었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이 무슨 망망대해에 떨어진 기분이란 말인가.



 먼저 망고 보드를 활용해 카드 뉴스 영상으로 만들려고 했다. 만들기도 쉽고 제공된 콘텐츠가 예뻐서 보기엔 좋지만 고정적인 학습 콘텐츠를 담기엔 현저히 부족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를 써서 내가 직강 하는 걸 찍어봤다. 그리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경악했다. '뭐야 이 펑퍼짐한 2D 캐릭터 같은 모습은!' 그간 어플 카메라로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속여왔는지 깨달았다. 카메라가 찍어준 순수한 내 모습에 한 번 울고, 말 잡음이 너무 많은 내 강의력에 두 번 울었다. 시나리오를 붙여놓고 해도 시선처리가 안되자 나는 절망했다.


 세 번째, 영상에 음성을 덧입혔다. 이것이 가장 보기 좋지만, 무료 영상 소스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와 세 번째를 혼합하기로 했다. (난 위기에 강하니까) 어째 어째 구색을 갖춰 만들기 시작한 게 내가 발언한 후 약 한 달만의 일이었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온라인 강의 소스를 만든 나는 손바닥만 한 사과폰에서 편집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나영석 PD가 촬영보다 힘든 게 편집이라고 했던가)


다시봐도 아찔한데 앞으로 또 해야한다;




 사무실 동료들은 내가 게임하는 줄 알았을 거다. (아마 그렇게 게임했으면 어떤 게임을 해도 만렙을 찍었겠지) 걸으면서도 편집하고 지하철에서도 편집했다. 그러고 나서 세상의 빛을 보면 앞이 흐리곤 해서 눈먼 자들의 세상에 내가 점점 다가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하루하루 완성되어가는 나의 작품(?)을 보면서 지루한 일상을 탈피한 것 같았다. 내가 늘 하던 강의처럼 유익하길 바랐고 도움이 되길 바랐으며, 시간을 헛되이 썼다는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사내의 모든 일은 그저 '일'인가 보다.


동료는 '이렇게 긴 걸 어떻게 봐? 3분 이상은 못 보겠어.'라는 피드백을 해줬다.(어쩌지 이건 50분인데)

그러나 난 어떤 반박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비용 절감의 문제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부분의 교육을 온라인화 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내가 마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는 근로자인 것처럼 칭찬해줬다. 그러나 강의를 십여 년간 해오고, 방송대를 다니는 나로서는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검증하기가 어렵다.



 영상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옛날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나도 유튜브를 좋아하고, 세바시나 테드도 자주 본다. 그리고 한번 미치면 봤던 영화나 애니를 수십 번이나 볼 만큼 계속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도 교육과 관련된 영상을 누가 보라고 하면 보기가 싫다. 교육의 효과성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온라인으로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학습을 할 때 그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과연 누가 몇십 분을 집중해서 볼까? 교육 후 트레이닝은 정말로 하게 될까? 실습에 대한 점검은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코로나 펜데믹, 언택트의 시대가 다가오고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말한다. 일부 기업들에서는 이런 기회를 몰아 플립러닝 방식 등을 언급하며 오프라인 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확실히 온라인 강의의 비용은 오프라인보다 저렴하다. 강사 섭외비며, 장소 섭외비, 참석자들의 간식비, 식대,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이 사라진다. 비용 절감을 위한 강의식 강의보다 더욱더 비용 절감형 강의다. 기업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목적이 교육 이수라면 좋은 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강의를 운영하기도 하고 진행하기도 하는 사람으로서 그 교육의 목적을 '인재 성장'으로 본다면 모든 과정을 온라인화 한다는 제도에 대해서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과 성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흔히 오해하는 것이 강사와 학습자 사이에서 학습과 성장이 생겨난다고 하는데 그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회사에게 떠밀려 강제로 끌려온 포로(?) 학습자도 오프라인으로 강의장에 앉아 있으면 반 강제성으로 활동을 하기는 해야 한다. 활동을 하다 보면 옆 사람과 교류하고, 나와 다르게 열심히 하는 이들 속에서 자극을 주고받는다. 강사에게 지식을 습득하긴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강의실에서 나와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생겨난다. 함께하는 이들 속에서 경험과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일을 배우는 방법은 선배나 고객이지 책이나 영상이 아니라는 거다.





 둘째, 온라인 학습은 매체이지 학습의 마법은 아니다.

 교육을 비용으로 보는 사람들은 온라인 학습이 대단한 마법이겠다. 초기 세팅 비용만 정해지면 이후 비용은 서버 운영비 정도면 될 테니까. 그러나 기업 교육 영상은 유튜브처럼 자율적으로 시청하기 쉽지 않다. 이수율 점검을 한다면 틀어만 놓으면 된다. 안 보고 안 들으면 그만이다. 지식이 습득되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퀴즈 정답은 유출되기 마련이니까. 설령 지식이 습득되었다 하더라도 활용은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영상만 만들어 놓으면 그것으로 학습은 끝일까? 정말 기업 교육의 목적인 인재 성장에 가까워져 있을까? 아마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한 가지 교수법에 의존하라고 하지 않는다.




 셋째, 교육도 성장하는 유기체다.

 모든 강사나 선생님들께 어제 교육과 오늘 교육이 같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는 학습자들이 다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강사들은 강의 후 자신의 교육의 결함을 발견한 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학습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하면서 더 좋은 과정으로 다듬어 나간다. 그건 강사 스스로도 성장하기 때문인데 온라인의 장점만 바라본다면 이 점을 간과하기 쉽다. 영상 제작 당시 사용되는 예시들은 그 당시의 사회적인 이슈나 트렌드를 반영한 것뿐이다. 때에 따라서 이후 학습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목적에 따라 불변하는 과정과 그렇지 않은 과정을 구분해서 운영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한번 만들어 둔 교육을 평생 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도 기업 교육의 일부는 온라인화 하는 것이 장소의 이슈, 비용의 이슈 등을 고려했을 때 좋은 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칫하면 이것이 마치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라는 생각에 빠져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 그 중요한 핵심은 바로 '사람의 성장'이지 않을까.


 기업 교육에 몸을 담으면서 늘 비용의 압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운영을 생각하게 되는 기업 담당자들이 많다. 사업이라는 건 이상과 현실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힘을 균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니, 사람이냐 운영(비용 등)이냐에서 누가 우선이라고 말하기에 조심스럽다. 물론, 온라인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맹신하는 순간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아마도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학교, 교수자들이 온라인 학습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다. 학습 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시도하면서 좋은 방법들도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지속적인 코로나 확진자가 말해주듯 사람은 사람과 만나지 않고서는 안된다고.


 그것은 학습과 성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람이 된다는 '인人'의 의미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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