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 킴 May 25. 2020

엄마가 혼자 마늘을 깠던 이유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가장 슬픈 모습


 9살 무렵 자다가 깼다. 자정쯤 되었을까. 눈이 부셨다. 불이 켜진 방, 모두가 잠든 가운데 엄마가 방 한 구석에서 마늘을 까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부르려다 말았다.


 엄마가 울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는 마늘이 매워서 우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엄마는 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게 전부였다. 나는 자는 척했다. 모르는 척해야 할 것 같았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엄마는 너무 슬퍼 보였다. 글을 쓰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29살의 엄마는 그렇게 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린 시절엔 엄마는 막연히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다. 그러나 내가 서른이 훌쩍 넘고 나서야 그때의 엄마는 매우 어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스무 살에 나를 낳은 엄마는 지금 내 나이, 서른다섯에 아이 셋과 실직한 남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일을 감행했다.

  

 사랑을 알기도 전에 결혼한 남편.

 가정의 불화, 막막한 생계.

 내 자식 하나는 어떻게든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좌절되던 순간, 엄마는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지금 나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하며 많은 화려함을 누리는데 그런 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허름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했던 엄마와 지금의 내 나이가 대조된다.


 엄마도 꿈 많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었을 텐데.


 나이를 먹어가며 나에게 엄마의 시간이 얼마나 쏟아부어져 왔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주말에는 남편에게 쌓아둔 서운한 마음을 해소할 길이 없어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안일에만 매진했다. 혼자 침대에 앉아 빨래를 개다 마늘을 까는 엄마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내 모습과 오버랩된 것처럼 느꼈는지 결국 눈물이 터졌다.


 엄마가 왜 그렇게 슬픈 모습으로 마늘을 깠는지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내 손으로 집중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을 만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조차 어렵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도 모를 외로움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새어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혼자 울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을 서럽고 외로이 삭혀왔던 엄마의 시간.


 서른 중반, 결혼 한달차.

 엄마의 외로움이 가슴에 아리게 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들의 밥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