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어두컴컴한
어느 골목 모퉁이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웅크리고 있었다.
길가에 주저앉은 여자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나는 행인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골목 구석에 숨어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세평 쪽방
나는 우는 여자가 기억나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여명이 스며드는
세평 남짓 쪽방.
바닥의 눈물 자국 사이에
가장 사랑하는 것이 보였다.
며칠 전 퇴근길,
늘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여자는 울고 있었다.
세상 모든 슬픔을 다 가진 것처럼
부끄럼도 없이 엉엉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울음소리가 슬퍼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낯선 이의 울음을 위로해주지 못한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그녀가 우는 이유는 모르지만
가슴의 상처가 너무도 아프다는 소리임은 분명했다.
문득 내 가슴의 상처가 아팠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떠올라
더 슬퍼져서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