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벌에게 말했다.
날개를 접고
잠시 쉬었다 가렴.
꽃잎이 자리를 내주었다.
허지긴 배를
조금 채우고 가렴.
얼마 남지 않은 꿀도 내주었다.
꽃이 벌에게 말했다.
떠나기 전에 부탁이 있어.
네 다리의 꽃가루는
스러져가는 내 친구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인사.
가을볕 드는 어느 날
네 곁에서 행복했다고
그곳에 들리거든
부디 전해주렴.
가을 끝자락.
마지막 벌일까. 마지막 코스모스일까.
옆 코스모스는 꽃잎도 거의 남지 않았다.
구멍 뚫린 꽃잎에 앉은 벌의 날개가
이리도 연약했을까.
모든 것이 하나 둘 작별하는 계절.
그래서 햇살이 아련했구나.
내년 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은 벌, 여린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