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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찰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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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Nov 15. 2020

꽃이 벌에게 말했다



Photo by olivia kim

꽃이 벌에게 말했다. 


날개를 접고

잠시 쉬었다 가렴.

꽃잎이 자리를 내주었다. 


허지긴 배를

조금 채우고 가렴.

얼마 남지 않은 꿀도 내주었다. 


꽃이 벌에게 말했다. 


떠나기 전에 부탁이 있어.

네 다리의 꽃가루는

스러져가는 내 친구에게 

보내는 내 마지막 인사. 

가을볕 드는 어느 날 

네 곁에서 행복했다고 

그곳에 들리거든

부디 전해주렴.






가을 끝자락. 

마지막 벌일까. 마지막 코스모스일까. 

옆 코스모스는 꽃잎도 거의 남지 않았다. 

구멍 뚫린 꽃잎에 앉은 벌의 날개가 

이리도 연약했을까. 


모든 것이 하나 둘 작별하는 계절.

그래서 햇살이 아련했구나. 


내년 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은 벌, 여린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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