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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Feb 28. 2021

봄이 온다.

한층 성숙한 나로 피어나길!




 타고난 게으름 탓에 매일은커녕 매주를 돌아보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한 달은 정리하고 3월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바쁘지 않았던 연말, 연초를 맞이해서 앞으로도 내게 찾아올 시간들은 무료함으로 가득 찰 줄 알았으나 2월의 나는 매일매일을 꽉 찬 일정과 조급한 마음으로 보냈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교육을 시작했고, 새로운 리더십 과정을 개발하면서 초조해졌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은 많은 일에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세웠다. (덩달아 옆사람도)


 여태 왜 놀기만 했는가!라는 말로 한탄하며 나라는 사람의 큰 한계에 직면하면서 벽 앞에서 어떻게든 기어 올라가려고 애쓰고 태연한 척하려고 했지만, 집에 와서는 가슴에 쌓인 답답함을 토로하며 새벽까지 거실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나에게만은 너무도 부족한 것 같았고, 나는 너무 못난 놈 같았다. (그제는 술에 취해서는 나는 쓰레기다아아아아!라고 아파트 앞에서 크게 외치는 만행까지..) 


 정말 내게 2월은 혹독했던가. 그러나 봄을 앞둔 추위가 더욱 가혹한 이유는 꽃이 강하게 피어나길 위함이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인 것처럼 나도 한 달을 돌아보면, 사실 한 뼘 자라 있다는 걸 느낀다.




01

 최근에 비폭력 대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우연히 접한 대화방식인데 어떻게 이렇게 늘 말하고 다니냐고 외면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 내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비폭력 대화 방식으로 타인에게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고자 했지만, 나는 학습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한 연민을 배웠다. 자신을 연민으로 감싸 안고 다독이며, 내가 원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가는 과정은 결국 타인에게 연민으로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이었다. 


02

 그리고 리더십 공부를 위해 신청한 리더십 패스파인더는 사실 한가할 줄 알았던 2월을 어떻게든 채워보고자 했음이었다. 이창준 대표님에 대한 호기심도 컸지만 최근에 고민하던 '왜 리더가 되어야 하냐?'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을 앞둔 하루 전날, 갑자기 휘몰아친 일정 앞에서 몇 번이나 망설였다. 내가 이것까지 소화할 수 있을까? 과제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수십 번 내게 되뇌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결국 불굴의 의지로 취소하지 않고 학습에 동참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창준 대표님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깊은 성찰에 학습이 끝날 때마다 온몸이 전율로 떨린다. 이런 황금 같은 기회가 과연 언제 있겠는가! 남은 시간이 이제는 너무도 아쉬울 뿐! 




03

 일 년간 꾸준히 해왔던 동양 꽃꽂이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화훼기능사 실기 수업에 들어갔다. 취미로 시작한 작은 일이 내게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되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6월이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자격증이 생기질 않을까?




04

그리고 올해를 가장 멋지게 보낼 방법 중의 하나로 생각했던 가족사진. 

남편과 쿠우와 꼭 찍고 싶었다. 열네 살이 된 쿠우가 언제까지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이렇게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덕분에 설날에 둘이 한 껏 차려입은 날 마음먹고 셔터를 눌렀지만 쿠우는 아직 멀었다며 버둥버둥거렸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쿠우가 곁에 없을 때, 이 날을 그리워 하며 좀 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2월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등산을 다녀왔다. 산길에 봄 꽃이 참 예쁘게 피었더라. 꽃꽂이 덕에 매주 꽃을 만지다 보니 큰 감흥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꽃 앞에서 발걸음을 계속 멈추다 보니 나도 자세히 보게 됐다. 나무에 스며든 이끼도, 가지마다 맺힌 꽃눈도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그간 얼어붙었던 마음을 무장해제하듯 아름답게 핀 매화는 참 예쁘게도 피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일이면 드디어 3월, 봄이구나. 참 특별한 3월이 다가온다. 해야 할 일이 잔뜩 있지만 완성하려 하지 말고 경험하자. 그리고 지칠 땐 잠시 쉬어가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를! 

 또한 약 일 년 간 나와 함께 해준 남편에게도, 관계를 맺어온 많은 사람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좀 더 사랑을 쏟고 친절한 내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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