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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Apr 29. 2021

한번도 팀장은 안해봤어요.

김진영 팀장님의 팀장으로 산다는 건 북리뷰



나는 한 번도 팀장이었던 적이 없다. 



내가 지금 머무른 조직에서 팀장은 (아마도)다방면으로 일이 뛰어난 사람이 배치되는 곳이었고, 나는 그렇진 못했다. 그나마 발표를 잘해서 강사로 배정받았는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러니 나는 팀장에 대해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책임질 팀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밑에서 치이기보다는 동료와 협업하고 상사와 잘 지내면 다였으니까.



난 저 뒤에 있는 누군가일 뿐


그런 내게 팀장을 대상으로 교육할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릴 땐 그저 리더가 해야 하는 여러 가지 덕목들을 나열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 헛소리였다는 걸 알게됐다. 그 자리에 머물러 보지 않은 사람이 탁상공론이나 펼치며 잔소리만 해왔던 것이다. 문득 내가 그들이 있는 자리에 가면 그 만큼이라도 할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적어도 내 상사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오래전에 들었다.




 이직률이 높은 회사다. 우스갯소리로 고객센터의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면 상이라도 받을 거라고 했던 과거에 모신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직률이 높은 회사의 팀장들. 보통 기업의 팀장과는 조금 다른 형태. 그러나 그 속에 성과관리와 사람 관리는 여전히 같고 그 핵심을 파악하고 있지만 승진을 보상으로 받은 사람들. 리더란 무엇인지 준비되지 못하고 덜컥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이라고 나쁜 팀장, 손가락질받는 팀장, 대신 사과하는 팀장이 되고 싶을까. MZ 세대와 함께 성장해 나가기가 어디 쉬운 세상인가.



 21년에 새로 팀장 교육을 맡게 되면서 연말부터 리더십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했다.

 나도 이제 어린 마음으로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또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또한 함께 성장한 팀장님들이 겪는 고충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작게나마 힘은 되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지만, 그래도 욕심을 조금 더 부린다면 내면에 힘을 주고, 힘을 유지할 방법들을 찾게 도와주고, 자신의 마음의 성채를 견고히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그러나 망했다. 교육 시간과 펜데믹이 남긴 환경은 제한적이었고 나는 주고 싶은 것을 다 전하지 못했다. 잔뜩 아쉬움만 가득한 상태에서 1차 교육을 마쳤다. 스스로를 위로하자면 단 한 번의 교육으로 대체 뭐가 달라질까. 어떤 위안이 그래도 남았을까. 아니다. 역시 아직 확신이 없다.



'팀장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은 그래도 내게 그분들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게 해준 책이다. 나는 여전히 팀장이 아니고, 팀장일 수 없다. 속마음마저도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팀장들의 마음을 그저 눈빛으로만 헤아리기엔 난 많이 부족하다.


 이 책에서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팀장들이 살아가는 것, 살아남는 것, 그리고 살기 위해 애쓰는 것들을 느꼈다. 팀장의 고충과 애환은 팀장이 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그들도 팀장이 처음이기에, 하지만 다시 한다고 해도 늘 새로운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는 또 새로운 팀장이기에 여전히 서투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내 오만함도 함께 덮었다. 그들을 이해해 주지 못했고, 심지어 나와 함께하는 팀장님의 애환마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들, 그렇지만 누군가 알아챈다고 해서 섣불리 도와줄 수 없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은 게 지금 팀장들이지 않을까.

 그들도 사람인데 팀장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받는다. (나도 우리 팀장님한테 그런것 같아서 새삼 반성했다.)그 무게들이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서 팀장을 표현하는 말로 가이드라는 말이 나왔는데 - 몇 년 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가이드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트레킹을 가면 포터, 포터겸 가이드, 가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데 이들의 차이는 명백하다. 포터는 짐을 대신 들어주지만 가이드는 자신의 짐만 든다. 포터겸 가이드는 일부 짐을 들어준다. 

 내가 함께한 가이드는 그랬다.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새로운 정보를 주고, 선택권을 주며, 힘들어서 못 가겠다고 징징댈 때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멀리가지 않고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먼저 가기도 하고, 뒤따라오기도 하며, 나도 그를 따라 그를 격려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며 그리고 가능성을 발견해서 함께 원하는 곳으로 도착하게 했었다.



 모든 팀장님이 자신의 짐을 지고가는 가이드가 되길. 짐을 가볍게 꾸리고 새로운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길. 그 과정이 힘들 땐 함께 격려하며 원하는 곳으로 닿기를.



 나는 아직 팀장이 아니지만, 팀장님들과 함께하는 교육자로서 그들의 가이드가 되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내 교육을 뜯어 고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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