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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Aug 30. 2024

친애하는 동료에게

6년의 시간


 뜨거웠던 여름도 이제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주는지, 밤마다 귀에 맴도는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부른다. 태풍이 몰고 온 습한 공기에도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고, 바람도 제법 강해졌다. 한낮에는 도저히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할 만큼 더웠던 날들이 이제 꿈처럼 아득하다.



 계절이 변하듯 내 주변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6년간 아웅다웅, 마치 연년생 자매처럼 함께 일했던 동료가 이제는 수박처럼 동그란 만삭의 배를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물론 1년 후에 다시 복귀하겠지만, 같은 부서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언제 다시 함께 일할지 기약이 없다. 그녀의 빈자리를 채울 사람은 이미 정해졌지만, 작은 회사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6년간 쌓아온 시간만큼 함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응원하며, 그 외에도 수많은 감정을 주고받았던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평행선처럼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외나무다리에서 마주 선 것처럼 불안하게 대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순간들마저도 아련하다.


 이틀 전, 그녀의 마지막 인사와 편지를 받았을 때, 나는 콧등이 시큰해졌다. 어쩌면 나는 당신에게 필요로 여겨지길 바라면서도 오히려 해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가 나를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길 바랐던 마음이 적혀 있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듣게 되었고, 그녀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했다.



 여전히 나는 당신과 처음 일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후회한다. 내가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었다면, 당신과 더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을까. 서로의 기억 속에 상처보다 행복함을 더 많이 남기고, 지금보다 더 큰 애틋함을 남길 수 있었을까. 더 많이 의지하고, 위안이 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을까.

당신을 통해 나는 내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을 키웠다. 부러웠던 면이 많았기에 닮고 싶어하면서도 그런 나 자신을 미워하고 밀어내며 차가운 서리를 내뿜었다. 내 열등감이 만들어낸 못난 나를 보며 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영으로 둘러싼 것들이 그저 껍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로 인해 큰 좌절을 겪었다. 탈피를 앞둔 새우처럼 연약한 상태에서 많이 아팠던 것은 당신 탓이 아닌 온전히 내 부족함 때문이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런 나를 떠올리며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을 통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넘어지고 일어설 수 있다면, 나도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연약한 상태이지만, 다음에는 새로운 껍질로 단단하게 나를 감쌀 수 있다는 것도 모두 당신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정말로 당신과의 시간 덕분에 나는 전에 비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부족함을 직시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 온전한 나를 발견할 힘을 키운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희생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녀의 메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에게 "덕분"이라고 말해준 당신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지,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오는지 모른다. 언젠가 당신에게 듣고 싶었던 말, 참아왔던 눈물이 봄바람에 녹아 터지듯, 우리의 계절에도 순풍이 불어오고 꽃이 피어나길 얼마나 기대했던가. 그리고 그 바람이 정말로 꽃을 피우게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저 아련한 꿈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왜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지 못했을까. 모든 것은 떠나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듯, 나는 떠나는 여름을 그리워하고, 그 여름 끝자락에 떠나는 당신의 빈자리가 낯설기만 하다. 우리의 투닥거린 시간이 남긴 흔적이 너무 진하고 선명해서일까.



건강하게 출산하고, 예쁜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시간들을 가득 채우고 오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게요.

너무도 소중한 동료이자, 뮤즈, 언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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