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위에 피는 것들
모든 걸 잘 해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세워진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나를 너무 오래 아프게 했다.
이제는 서툴러도, 조용히 나를 다시 지어가는 중이다.
지옥 같은 마음을 추슬렀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오늘 하루 버티게 한 건,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직장 동료였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마치 파도 잦아든 새벽바다처럼 나를 설득했다.
누구보다 내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는 그는 내가 마음속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말이 마음을 데우는 걸까.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인정하자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 고요 속에서,
내 곁을 지켜준 따뜻한 존재들이 떠올랐다.
나를 조용히 안아주는 남편,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고양이.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원래의 널 사랑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덜 아팠다
한때 나는,
사랑받아야만, 그럴 가치가 있어야만
버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모래바람처럼 나를 몰아세웠고,
나는 끝없이 그 속을 헤매며, 스스로를 재촉하며 살아왔다.
그 모래바람은 곧 신념이 되었고,
나는 그 위에 성을 쌓았다.
하지만 그 성은
진정으로 내가 원한 것이 아닌 것들로 지어진 탓에
언제든 부질없이 무너질 수 있는,
숨 막히는 모래성이었다.
결국, 세상이 나를 불길과 거센 바람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뜨거움과 거침 앞에서
나는 오래 품어온 그 거짓된 신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진정한 나로,
조금씩 다시 나를 재건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서툴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조심스럽고 정직하게
흙과 숨으로, 나를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은 무척 아프다.
지켜온 신념을 부수는 일은 파괴적이다.
하지만 그 잔해 위에 피어나는
재창조의 기쁨은—
절제된 고통과 맞닿아 있는,
조용한 주이상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한 고통과 함께,
조용한 기쁨을 하나씩 발견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