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지마다 걸려있다

by 올리비아 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아침, 습도가 높다. 덕분에 사이사이 불어오는 바람이 크게 시리지 않다.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서 우리는 늦가을, 초겨울 어떤 이름을 붙여줘야 할까.

늦가을이라 함은 지는 낙엽 속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클 것이고,

초겨울은 다가오는 겨울과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는 마음이 클 테지. 어떤 이름도 붙이지 못하는 나는 어중간하게 노란 길거리에 발을 디디며 기대와 아쉬움 그 사이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하곤 한다.

해가 뜨기 전의 아침이 좋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귀를 기울이는 게 좋다. 어디에 살든 동향에 창이 꼭 있으면 좋겠다. 해가 뜨기 전의 동쪽 하늘은 다채로운 색으로 경이롭다. 노을은 채도가 높아 강하고 처연한데 비해 떠오르는 동쪽 하늘은 휘도가 높아서 잔잔하다. 어둠을 끌고 오기엔 높은 채도가, 어둠을 밀어내기엔 높은 휘도가 필요한 것일까. 동쪽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든 시작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오늘의 아침 하늘은 분홍빛, 주홍빛, 뒤엉킨 짙은 코발트빛, 그리고 솜사탕 조금. 부지런한 아침 거미.

늦여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과 반가운 마음이 교차한다. 언제나 나는 찰나를 더욱 누리지 못하고 지난 시간에 미련을 놓지 못한다.

잎이 얼마 남지 않은 왕벚나무 가지에 누군가 걸어둔 사랑이 매달려 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발걸음을 살짝 틀기만 해도 보이지 않는 이 사랑은 왕벚나무가 남겨둔 사랑일까, 새가 걸어둔 것일까.

사랑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슴속 사랑을 발견하라는 메시지일까. 무엇이든 우연히 생겨난 사건에 의미를 덧붙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하는 생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시인처럼 좋은 의미들을 많이 써 내려가고 싶다.


내게 수없이 많은 사건들과 마음이 찰나 속에서 교차한다. 그 속에서 무엇을 찾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사랑이다.

사랑은, 어디에든 있다.

산책하다 발견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길에서 눈이 마주치고 털썩 드러눕는 고양이에게도, 오랫동안 함께한 반려동물의 눈동자에도,


벌과 나비가 춤추는 정원을 보는 사람의 얼굴에도, 산에서 마주친 다람쥐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산객의 손짓에도, 누군가를 위해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해주는 이의 마음에도,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그림을 보는 우리의 웃음 속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내 안의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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