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후밀 흐라발 │ 종속적 삶에서 벗어난 진정한 고독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책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보후밀 흐라발의 자전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오랜 시간 동안 폐지를 압축하는 한 노인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인은 노동이라는 일면에서 '책'이라는 탈출구를 통해 숨을 쉬고 자신이 선택한 삶에서 진정한 고독을 추구한다.
체코의 작가인 보후밀 흐라발은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철도원, 보험판매사, 제철소, 폐지 등 이런 수많은 경험들이 들의 소설이 그의 사실주의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 마흔 아홉살이 되던 때 첫 소설을 집필하며 작가로 데뷔하고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밀란 쿤데라와는 달리 정부의 검열과 감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조국을 떠나지 않았으며,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면서 체코의 국민작가로 등극하게 된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쓰기 위해 자신이 이 세상에 왔다고 하는 것처럼 마치 작가 스스로의 삶이 투영된 듯ㅡ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을 사랑해 마지 않는 모습은 마치 책에 대한 경외인듯 하다.
그렇다면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확인하는 게 아닌, 내 안에서 나와 나를 확인하며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상승시키는 것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종속적인 삶은 외로움으로 가득차고, 주체적인 선택으로 이뤄진 삶은 분명 고독할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꾸고 선택한다.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멜란트리흐 인쇄소 지하실에서 백지를 꾸리느니
여기 내 지하실에서 종말을 맞기로 했다.
난 세네카요 소크라테스다. 내 승천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압축통 벽에 눌려 내 다리와 턱이 들러붙고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이어진다 해도
결단코 두 손 놓고 천국에서 추방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그가 선택한 새로운 세계가 죽음이라는 형태로 맞이하게 되지만 그는 죽음을 '승천'으로 펴현했다. 종속적인 삶 자체가 더욱 끔찍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변화를 야기하는 삶에서 그는 수용을 거부하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를 추구한다. 얼마나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인가.
메시지가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며 전진해 마침내 나와 닿을 거리에 이른다.
나는 손을 내민다. 어린아이가 쓴 듯한 큼직한 글씨가 쓰여 있다.
일론카. 그렇다. 이젠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이 연 세로운 세계에서 진정한 고독의 상태로 성숙한다. 종속적 삶에서 누릴 쾌활한 외로움이 아니라, 하늘의 별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어떤 별이 있는지를 고찰한다. 일론카. 그는 마침내 자신의 별을 찾는다.
덧없는 인간의 삶에서 나로 살다 가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그 속에서 고결함과 위대함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선택적 고독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창의- 새로운 것에 대한 창조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