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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Nov 12. 2018

혼자 먹는 저녁식사

밥이 아닌, 정이 그리운 시간

 혼자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행위인 것 같다.

 삼십대라는 나이에 접어들어서 또는 십여 년 대부분을 혼자 먹는 저녁을 보냈기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법한 혼자 먹는 저녁밥. 그러나 언제나 마주 보는 상대가 없는 밥상, 먹는다는 것의 행위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늦가을의 밤공기만큼이나 가슴이 시린다.

 

 저녁 여덟 시가 넘어가는 시간.

 여느 때와 달리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다 최근 극도로 나빠진 건강을 생각해서 현미쌀 햇반을 샀다. 집에 있는 현미쌀로 밥을 할 수도 있었지만, 쌀을 씻고, 밥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좁은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도 나름의 작은 전쟁을 치르는 것이기에 부엌 선반과 냉장고를 뒤져서 찾아낸 음식들로 간단하게 상을 차렸다. 반찬은 김 하나, 야채를 대신할 사과 하나, 아몬드 우유가 고작이었다. 


 늘 외식을 하는 점심과 달리 저녁 밥상은 볼품없이 초라해 보인다. 얼마 전 의사에게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는 당부를 들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기 위해 그간 건너뛰었던 아침, 저녁을 꾸역꾸역 챙겨 먹는 내 모습이 낯설다. 밥상 앞에 앉아 TV를 틀었다. 라디오만 들으며 밥을 먹는 것보다, 사람 얼굴이 나오는 TV가 훨씬 더 안정적이다. TV가 없던 첫 자취 시절에는 모니터를 켜 두고 밥을 먹거나, 심지어 거울을 놔두고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런 밥이 점점 맛이 없다 생각되면서 외식을 하거나, 끼니를 거르게 된 것이 어언 십 년이다. 


 가족이 다 함께 살던 시절의 저녁밥상은 이야기가 오가고, 시끌벅적하고 갓 한 요리들의 따뜻함이 내 마음과 속을 함께 채워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아닌 단순한 허기, 또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해져 기계처럼 밥을 먹는 기분이 들어 영 소화가 되질 않는다. 나는 여태 저녁식사에서 밥을 찾아 먹은 것이 아니라 정을 먹었던 모양이다. 네모난 방 안에 홀로 앉아, 작은 밥상에 혼자 TV의 먹방을 틀어둔 채 밥을 먹는 것도 함께 밥을 먹으며 나눌 정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뺨에 스치는 바람이 시려질수록, 가족과 함께 하는 오붓하고 따뜻한 저녁 밥상이 무척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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