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랑요
남에게 내보이기 위해 브런치를 즐긴다기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상 중에 밥은 먹어야겠기에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해결해 버리는 수단으로써 브런치를 먹는 여자였다.
뭐랄까,
홍대나 가로수길보다는 성수가 어울리는 여자였다.
주말이 아니라 평일 3시 즈음 성수의 어느 외진 카페에서 만날 것만 같은.
그녀는 내 이야기에 곧잘 귀를 기울여주었다.
서툰 말솜씨로 내 치부를 드러내도 말갛게 웃으며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나와 한참을 재밌게 떠들고 듣던 그녀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내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말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읽고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처음 받는 따스한 관심이었다.
금사빠와는 거리가 먼 나도 그녀에게만은 무방비였다.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돼버렸다.
그녀가 내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나는,
그녀를 꽤나 좋아했다.
어느 날부턴가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내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을 즐겨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그 웃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만 상냥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관심이 나에게서 멀어졌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다.
찌질하지만 나는 그녀를 원망했다. 아니 미워했다. 아니 증오했다.
나는 그녀를 떠났다.
가끔 그녀의 안부를 확인했다. 여전히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너무나 잘 지내고 있었다.
몇 개월이 지났다.
그 시간만큼 나도 성숙해졌다.
미움은 사라지고 이해만 남은 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새벽 2시 즈음 용기 내어 카톡을 보내본다.
자니...?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이름도 바꾸고 아주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잘 지냈냐고 물으니 대답 대신 밝게 웃어주는 그녀.
이제는 저 웃음에 너무 빠지지 말자고, 그녀를 적당히 좋아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