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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치의 장지혜 Jul 16. 2021

애증의별램이와해우소 브런치

내향치의

정말 애증의 별램이(별그램의 변형 애칭, 인스타)이다. 결심만 백만 번 하고 있지만 또 할 수가 없다. 게으른 것도 아닌데 이미지 기반의 콘텐츠가 왜 이리 부담스러운 것인지.(사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도 없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성향을 거스르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책도 많이 읽고 이제 실행만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내향성이 발목을 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소통을 워낙 중시하는 매체이다. 어디선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인스타나 유튜브를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그래도 신뢰를 높이려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가장 자신감 있는 밝은 모습을 올려서 긍정적인 효과를 꽤 하고 간간히 소통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정말이지 그런 행위 자체가 너무 힘들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지나 않을까. 소통을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눈 딱 감고 그냥 일상을 올려버릴까 생각만 백만 번 하다가 만다. 가만히만 있자니 뒤쳐지는 것 같아 조만간 시작해 보자고 새롭게 다짐을 한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인스타를 벤치마케팅하기로 했다. 무언가 소소하기도 하지만 일상도 있고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 그런 계정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정말 언어에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나는 그냥 구석에 가만히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글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맞춤법이나 문법에 민감하다던지 새로운 단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든지 필사를 해보려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글쓰기는 답답했던 내면을 객관화 시켜 줄 수 있는, 나에게 있어서 해우소 같은 역할을 해 주었고 목적이 명확한 글이 아닌 이상 떠오른 생각들을 그냥 사라지게 놔두기 싫어서 연기를 움켜쥐듯 잡아두려는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두서 없는 글들도 목적을 달성 한 이후에는 정성스러운 퇴고의 과정도 생략한 채 발간 버튼을 눌러버린다. 퇴고의 진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긴 하다. 하지만 소재의 욕심도 있기에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으면 일단 기록해보려고 노력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것이리라.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매우 안타까워하는 이 마음이 작곡가의 그것과도 비슷할까. 그렇다면 욕심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일단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는 시간을 함부로 보내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글로서 내면의 무언가를 쏟아내는 행위가 내적 에너지의 축적을 가져오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보이지 않는 묵직한 플로우가 흘러흘러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는 그런 충만한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면의 생각을 뱉어 낼 수 있는 브런치는 나만의 해우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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