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향치의 장지혜 Jul 12. 2021

흙의 꿈

내향치의

글쎄 뭐랄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데, 마침표 하나는 찍고 싶은 그런 저녁이다. 

멋있는 글을 봤다. '인간은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흙이 꿈을 꾸는 것이다.'

출처는 모르겠다. 흙이 꿈을 꾸는 것이라니. 너무나도 신비로운 글이다.

요 며칠, 뒤집어진 밤송이처럼 세상의 모든 가시가 나를 향하는 듯했다. 그 좁은 곳에서 나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냥 고스란히 아픔을 견뎌야만 했다. 이런 트루먼쇼 같은 일상이 있을까 싶게 나는 누군가의 시험대 위에 올려져 있었고 도미노처럼 몰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애써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이내 눈물이 반응했다. 눈물을 보여도 되는 가장 안전한 나의 자동차 안에는 휴지들이 여기저기 나동그라져 있었다. 크게 보면 별일이 아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 나를 향하는 듯한 공격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이미 역치가 많이 낮아져 있어서 그 낮아진 역치에 이르지 않게 이리저리 잘 피해왔었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나를 향하게 되면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다. 그냥 흙이다. 대수롭지 않다. 사슴도 밟고 곰도 밝고 그냥 그런 흙이다. 그냥 그런 흙이지만 거대한 개미 군단을 품고 있기도 하고 대지를 덮고 식물을 키운다. 누가 그저 그런 흙이라고 할쏘냐. 생명을 움트게 하고 꿈도 꾼다. 

누군가가 그랬지. 도미노처럼 무너져도 위에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있다고. 다만 나의 그림을 내가 볼 수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분명 아름답겠지. 그래야만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 눈을 사로잡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