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치의
어제 퇴근하면서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날은 어둑한데 곳곳에 쓰레기와 비닐 봉지들이 도로를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 축제가 끝난 자리의 지저분하고 쓸쓸한 흔적 같은 느낌이었다. 남은 여흥을 즐기려는 듯 봉지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가로등과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는 조명이 되어주는 듯했다.
아마도 어떤 트럭에서 떨어진 쓰레기들이었을 것이다. 문 앞에 펼쳐진 광경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부정하고 싶었다. 그 봉지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잔뜩 약을 올리고 있었다. 내일이면 다시 깨끗해지겠지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심란했다. 어쩔 수 없이 밟고 지나가야 하는 봉지들에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거리의 사람들도 도로를 꽉 채운 자동차들도 모두 그 비닐봉지들이 보이지 않는 듯이 평상시처럼 움직이고 행동하고 있었다. 단지 평상시에 볼 수 없는 광경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저 움직이는 봉지들은 공상과학영화에서 묘사하는 폐허가 된 지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폐허와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인류. 이런 류의 슬픈 공식이 떠올랐던 걸까.
눈앞에 펼쳐진 어떤 현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나의 뇌는 다시 진정 모드로 넘어가기 위해 풀가동되고 있었다. 이 정도의 현상조차 불편하단 말인가. 환경운동가도 아닌 내가 일종의 질서가 무너지는 모습이 불편한 건 어떤 마음일까. 인류애인가.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인가. 지저분함이 싫은 걸까. 오지랖일까.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까. 조금은 궁금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