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절하다 애엄마가 되어버렸다?!

싱가포르 남자와 한국 여행: 경주편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학생 때 수학여행을 가면 유적지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역사가 어떻고 의의가 어떻고는 잘 모르겠고, 유행을 알아야 또래 사이에서 쿨해지는 시기.

물론 나는 그때에도 홍대병에 걸려 홀로 미국 팝을 주로 듣는 10대였지만, 경주가 특별한 느낌을 주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마음의 풍파가 잔잔해지는 시기가 되어 경주에 오자 고즈넉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가만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내 싱가포르인 남편(당시에는 남자친구)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파란 하늘 아래 불국사에 가서 찬찬히 걸었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다



걷다 보니 절을 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신도분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절입니다~"하면서 절을 하고 가라고 하셨다. 백설기도 나누어주셨는데 나는 떡을 무척 좋아한다. 불자는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께서 석가탄신일마다 봉은사에 가셔서 공양하시는 때때로 불자(?)시기도 하고 남편에게 백설기도 먹여보고 싶어서 절을 했다.


'부처님, 저는 아이는 없는데요, 아무튼 저와 남자친구 가족 모두 올 한 해 건강하게 지내게 도와주세요!'

그렇게 절을 한 뒤, 신도분이 시키시는 대로 종이에 이름을 적었는데...


안내하시는 분 - "아이 이름인가봐요~"

나 - "제 이름인데요" (민망)

안내하시는 분 - "예? 아아...예..."


아하하-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백설기를 향한 내 욕심에 절을 하고 나온 거였다.

남편에게 말해주니 와하하, 웃었다. 그렇게 둘이서 쫄깃한 떡을 먹으면서 돌아나왔다.



부처님이 이 소원을 들어주셨다.



돌아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며 들른 예쁜 카페. 시간이 더 있었음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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