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차세대 HomePod
본 글은 "인벤터실록 - AI & Humanities" 유튜브 영상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마트 스피커가 취침 시간이라고 알려줬다. 기계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묘하게 귀찮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좀 쉬면서 일해. 자다 오는 게 어떨까?"라고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차이를 생각하다 우연히 발견한 애플의 ELEGNT 연구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명과 빔프로젝터를 결합하고 거기에 감정 표현까지 가능하게 만든 이 연구가 흥미로웠다. 영화 아이언맨의 덤-E가 떠올랐달까. 요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홈팟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는데, 애플이 그리는 더 큰 그림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하나는 왜 하필 조명 형태를 선택했을까 하는 점. 또 하나는 단순한 스마트홈 기기에 왜 감정 표현까지 넣으려 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의문을 풀어가다 보니 애플이 그리는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왜 조명 형태일까?
잠시 고개를 들어 집을 한번 둘러보자. 책상, 침대, 거실까지 모든 공간에 조명이 있었다. TV나 스피커는 때때로 꺼두지만, 조명은 잠들기 직전까지 켜두게 된다. 애플이 조명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데스크톱 컴퓨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고정된 자리에만 있어서 사용자가 찾아가야만 한다. 반면 스탠드는 어떤가. 긴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자연스럽게 사용자를 따라온다. 게다가 공간의 일부로 인식되어 어색함도 없다.
스마트홈의 관점에서도 조명은 유리하다. 스피커나 디스플레이가 달린 기기들은 대부분 특정 위치에 고정되어 있어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명은 천장, 벽, 책상 등 어디든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 ELEGNT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빔프로젝터를 통한 정보 전달까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계적인 움직임이 아닌 생명체 같은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마치 장난감 강아지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도서관 사서처럼 조심스레 다가오는 모습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선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든다. 애플은 왜 조명에 이런 감정적인 움직임까지 담으려 한 걸까.
왜 조명에 감정표현까지?
ELEGNT 연구의 실험 결과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데도 감정 표현이 있는 조명과 없는 조명에서 사용자 반응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순간에서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감정이 없는 조명은 기계처럼 곧바로 책만 비춘다. 반면 감정을 가진 조명은 어떨까. 먼저 사람의 얼굴을 살피고, 천천히 책으로 시선을 옮기며 마치 도서관 사서처럼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런 조명을 보며 "강아지 같다", "어린아이 같다"라는 표현을 썼다. 딱딱한 기계가 아닌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존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감정 표현이 기술의 수용성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물을 마시라는 알림도 걱정스러운 몸짓과 함께라면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음악을 틀어주거나 날씨를 알려줄 때도 마치 대화하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기계와의 소통이 아닌, 따뜻한 교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쯤 되면 애플의 의도가 보인다. 단순히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감정적 교감이 가능한 디지털 동반자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차차)차세대 HomePod 예측
지금 루머로 떠도는 디스플레이 내장형 홈팟은 어쩌면 애플이 그리는 미래의 작은 조각일지도 모른다. ELEGNT 연구가 보여주는 그림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대담하다. 아이언맨의 덤-E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까지 제어 가능한 6개의 정밀 모터, 여기에 빔프로젝터까지 더해진 ELEGNT는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이제 시리가 목소리뿐 아니라 움직임으로도 감정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걱정스레 고개를 숙이고,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지속적인 움직임에 따른 배터리 효율성 문제, 카메라와 빔프로젝터가 탑재된 기기의 프라이버시 우려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보여준 비전은 분명하다. 단순한 스마트홈 기기를 넘어 감정적 교감이 가능한 디지털 동반자를 만들겠다는 것.
결국 ELEGNT 연구의 본질은 '공간'과 '감정', 그리고 '인공지능'의 결합에 있다. 애플이 하필 조명을 선택한 것도 인간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접점을 찾으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런 감정적 교감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