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 아이블링 옆 도시 콜버무어에서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중국 음식이 독일에서 가능한 거냐며 감탄을 마지않았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포츈쿠키를 받았었는데 완전히 잊고 있다가 독일에서 떠나기 전날, 짐을 줄이다가 잊고 있던 포츈 쿠키를 발견. 뮌헨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며 독일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의 포츈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펼쳤는데 정말이지 it was indeed an amazing journey! 독일 남부와 짧은 잘츠부르크 여행은 완벽했다.
무엇이 독일, 오스트리아 여행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는지를 모르겠다. 바르셀로나도, 세비야도 너무 좋았고 파리도, 런던도 너무 좋았었는데 나는 이번 여행이 제일 좋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회사 협찬으로 비즈니스를 타고 갔던 것도 좋았고 자동차 여행도 좋았고 엄마랑 둘이 하는 여행도 좋았고 여행지를 잘 골라서 가는데 마다 맘에 드는 것도 좋았고 유럽 여행인데도 관광지가 복짝복짝 하지 않고 한가하고 여유로운 것도 좋았고 여행객임에도 일상을 살아서 좋았다. 대자연을 사랑해서 시애틀에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인 나에게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호수에서 수영했던 것도 너무 큰 행복이었다.
독일에서 고이 모셔온 샴푸통이 가벼워짐에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디엠에 샴푸랑 앰플 사러 가고 싶고 에데카에 가서 하누카랑 트롤리랑 망고랑 납작 복숭아를 잔뜩 사서 두 손 무겁게 집에 오고 싶다. 1유로짜리 최애 트롤리는 딴에 건강 생각한다고 왜 세 개 밖에 사 오지 않았는지 너무 후회가 된다.
눈을 감으면 퀘닉제가, 바드 이슐의 강변이, 길거리 바이올리니스트의 탱고 연주에 춤을 추던 아가가,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광장과 대성당이, 고흐의 해바라기가, 오스트리아인들은 액센트가 너무 세다며 렌트카를 반납하고 10유로에 로젠하임역에 우리를 바래다준 렌터카의 아저씨가, 49유로 티켓을 써보겠다고 무거운 짐을 이고 기차를 타고 다닐 때면 짐을 맡아주던 상식적인 사람들과, 기차역에서 별로 맛도 없는데 맛있던 욜마스의 샌드위치가, 뮌헨 숙소 옆 쿤 베이커리에서 3일 내내 먹은 페스토 토마토 모짜렐라가 든 포카치아 샌드위티랑 카푸치노가,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눈빛이 살아있는 베이커리의 아줌마와, 매일같이 들락날락거리던 디엠과 에데카의 맛있는 하누카와 트롤리 젤리가, 호텔에 항상 비축되어 있어서 도시 이동 간에 들고 다녀했던 납작 복숭아가, 뮌헨에서 매일같이 전철을 타러 갔던 하라스역과 역 주변의 맛있는 음식점들과, 엄마와 마주하고 앉아 먹던 바드 아이블링의 맛있는 호텔 조식과, 비르히테스가덴의 광장과 성당들이, 바쁜 일상에 잊혀갈 때쯤 문득문득 찾아온다. 독일 여행의 장면 장면들이 정말 느닷없이 찾아온다.
검소하고 소박한 사람들도 좋았고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어딜 가도 한가했던 것도 좋았고 깨끗하게 닦인 아우토반도 좋았고 멋진 고딕 스타일의 성당들도 좋았고 군더더기 없이 기본에 충실한 그런 점도 좋았고 역사를 돌아보며 복기하고 반성하는 것도 좋아 보였고 알프스도 너무 좋았다. 자기네 나라 물건을 외국에는 비싸게 팔아먹는데 자국민한텐 저렴하게 파는 것도 부러웠다. 워낙 독일인들이 근검절약에 컨슈머리즘과는 먼 사람들이라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시애틀로 돌아와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있을 때쯤 당황스러운 편지 두 통이 날아들었다. 한 장도 아니고 두장의 스피딩 티켓. 첫 티켓은 엄마가 뮌헨 공항에 도착한 날, 콜버무어로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시속 50킬로 구간에서 63킬로로 과속하다 벌금. 두 번째 티켓은 인스브루크 가는 길 아침 콜버무어 시속 50킬로 구간에서 59킬로로 달리다가 벌금. 독일 소도시에서는 과속을 조심합시다 안 내고 버티면 우쨔될라나, 싶다가도 나중에 독일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공항에서 철컹철컹?) 마음이 쓰라렸지만 후딱 처리했다. 회사 돈으로 여행한다고 좋아했다가 결국은 이렇게 뱉어낸다. 벌금 편지에는 과속을 하고 있는 내 얼굴이 카메라에 찍혀왔는데 내 모습이 과속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평온함 그 자체여서 너무 웃겼다.
집을 떠나 3주를 지내다 보니 아무리 즐거운 여행이어도 마지막 여행지 뮌헨에 도착하니 이젠 집에 가도 되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여행 기간이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3주, 그저 완벽했다. 순수한 개인 여행이었다면 독일을 선택하지 않았을 텐데 기대에 넘치게 좋은 추억 선사해 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게도 고맙고, 이런 좋은 구경시켜 준 회사에게도 고맙고, 시간 맞춰서 나랑 같이 여행해 주러 온 엄마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한다.
먼 길을 날아 집에 오는 길, 마중 나와 있어 주는 반가운 레이니어와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도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