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rroughs Mountain
레이니어 국립공원, 명실상부 워싱턴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이다. 얼마나 거대하고 높은지, 날씨가 좋은 날엔 100km가량 떨어져 있는 시애틀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시애틀 사람들은 이렇게 날이 좋아 레이니어 산이 보이는 날을 레이니어 데이라고 부른다.
레이니어는 오리건, 워싱턴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자 활화산으로 만년설을 유지한다. 매년 줄어드는 만년설의 양은 시애틀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레이니어가 폭발하면 시애틀은 어떻게 될까,는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회사 사람들이 얘기하는 주제이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현 63개의 국립공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1899년, 일찍 국립공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 탓인지 다른 국립공원들에 비해 관리가 아주 잘 되어있고 길이 깨끗하게 잘 닦여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지형의 고도가 높은 탓에 주로 7월은 되어야 눈이 녹아 입장이 가능한 트레일들이 많지만 나는 겨울에 스노우 슈잉을 하기 위해 레이니어를 처음 방문했었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의 레이니어와 주변 산들은 여름과는 또 다른 절경을 빚는다.
레이니어는 크게 여름에 야생화가 수를 놓는 남쪽의 파라다이스, 광활하고 빙하의 뷰가 많은 북서쪽의 선라이즈, 그리고 역사적 빌딩들이 많이 남아있는 롱마이어 구역으로 나뉜다. 제일 많이들 방문하는 것은 파라다이스인데 나는 아직 여름에 파라다이스를 가보지 못했다. 북서쪽 모위치 호수 근처에 있는 톨미 피크와 선라이즈 구역의 서머랜드도 가봤었는데 같은 국립공원 내부이지만서도 완전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두 번 가봤던 선라이즈 지역의 하이킹은 "거대한 산의 광활함"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내 오랜 등산 리스트에 있던 The Burroughs Mountain. 선라이즈 구역에 위치한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인지 레이니어 방문객이 근 10년 전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레이니어 국립공원은 지난해부터 여름동안 예약제를 시작했다. 특히 선라이즈가 2025년 예약제의 대상인데, 이번 하이킹은 예약제가 시작하기 바로 전주라 문제없이 입장할 수 있었고, 날씨가 환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느지막이 도착했는데도 주차장이 꽤 널널해서 두 번 놀랐다.
하이킹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조금만 가면 엄마 곰과 아기 곰들이 초원에서 놀고 있을 거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면서 갔는데 초원 지역에 도착할 때 곰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아쉬웠다. 고도가 높아 이미 등산을 시작한 순간부터 tree line을 벗어나 shade가 전혀 없는 길들이 계속되었다. 또 고도가 높은 탓인지, 해는 꽤 쨍쨍했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니 바람이 세게 불어 다시 자켓을 입어야 했다.
말로만 듣던 산양들과 말머트도 처음으로 보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Burrough가 있는데 아쉽게도 Third Burrough까지 가진 못했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날씨를 선물 받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Third Burrough까지 갔다 오면 대략 15km 정도 걸린다.
멀리서만 보던 레이니어를 오랜만에 가까이서, 아주 선명하게 보다니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까이서, 선명하게 보는 레이니어에 내 머리에서는 계속 Majestic이라는 단어가 솟아났다. 마치 Majestic이라는 단어가, 레이니어를 보고 만든 단어인 것처럼, 그 단어가 아니고는 레이니어를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참으로 청명한 날씨에 완벽하게 아름다운 풍경에, 즐거운 등산이었다. 레이니어는 언제 와도 만족도가 크다.
** 트레일 정보 요약
트레일 이름: Burroughs Mountain
거리: 왕복 9마일
고도 상승: 2500피트
참고 웹사이트: https://www.wta.org/go-hiking/hikes/burroughs-moun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