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학교를 졸업한 유학생들에게 OPT(Optional Pratical Training)라는 이름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과학대, 공대, 숫자 관련된 공부를 한 친구들에게는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허락하고 문과생들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졸업하면서 신청했던 OPT는 노동허가가 언제부터 시작되면 좋겠는지 작성자가 직접 써낼 수 있어서 난 졸업으로부터 두 달 후의 날짜를 선택해서 써냈다. 두 달 정도면 취직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 신분은 고작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말이다.
나는 대학 졸업하고 4개월을 놀았다. 놀고 싶어서 논게 아니고 직장이 찾아지지 않았다. OPT 노동허가서에 써져있는 시작한 날부터 하루하루 멀어져 갈수록 미국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모르겠다. OPT 시작 날짜로부터 90일 동안 직장을 찾지 못하면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이 비참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는 큰 후회를 했다. 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인턴쉽을 하지 않았는가. 쓸데없이 의욕만 넘친 1학년 때에는 여름에 한국에 나가서 인턴을 했는데(솔직히 1학년 땐 뭘 알겠는가 - 인턴 안 하고 세계 여행하면서 노는 걸 추천한다), 막상 뭘 알기 시작한 3학년이나 4학년 때도 인턴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방학이면 계속 놀러 다녔다. 덕분에 이때 미국을 안 가본 곳 없이 뒤지고 다녔는데 뭔 돈으로 그러고 다녔는지도 의문이다. 여행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인턴쉽을 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곳에, 내가 원하는 회사와 더 가까운 곳에 취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나는 입학할 당시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대학을 갔고, 내게 앞으로 유학생으로서 취업에 대한 고난이라던가, 내가 인턴쉽을 하면 커리어상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거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게 멘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캘리포니아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먼저 엘에이에서 취직을 한 내 한국 고등학교 동창이 엘에이 지역에 무수히 있는 한국계 회사에 지원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콧대만 높아가지고 한국 회사는 거들떠도 안 보고 있었는데 나는 더 이상 시간이나 옵션이 없었다(왜냐면 우리 학교 나온 애들은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었던 애들도 잘 없었거니와 애플이니 마이크로소프트니 구글이니 하는 회사를 척척 가는 듯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아마 나는 우리 학교 동창 중에서 돈도 제일 못 벌고 영주권도 제일 늦게 생긴 꼴찌 졸업생일 것이다).
친구가 잡 포스팅을 몇 개 보내줬고 나는 닥치는 대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