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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Apr 27. 2021

코로나 백신 1차, 2차 후기(화이자)

별거 아님 주의

 달쯤  텍사스에선  연령대에 코비드 백신이 풀리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카운티에서 백신 보급 장소로 지정받았는데 인사팀에서 회사 사람들 250명에게 백신 우선권을 준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어느 회사 백신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부랴부랴 사인업을 하고 봤는데 (250  안에  들까  부랴부랴 신청을 했는데 백신이 남아돌았다는 후문...) 며칠  모더나 사의 백신이라고 공지가 왔다. 이미 백신을 맞고  회사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더나 맞지 말고 근처 약국 검색해서 화이자를 맞으라고 했다. 자기네는 일부러 화이자를 찾아가서 맞았다면서.


조바심에 회사에서 놔준다는 백신을 취소하고 동네 약국에서 파이저 접종 백신이 가능한지 간간히 체크해보기 시작했고 어느 날 자기 전 체크하러 들어갔던 동네 약국 웹사이트에서 화이자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


3월의 마지막 날, 점심시간에 1차 백신을 맞으러 갔다.


CVS에서 이메일로 컨펌도 해줬고 문자 메시지로도 스케줄이 왔는데 체크인 데스크에 가니 내 이름이 리스트에 없단다. 약국에 가서 다시 얘기하란다. 약사 언니한테 가서 면허증을 보여주고 이러이러한데 뭐냐 했더니 가끔 시스템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 등록을 해주었다. 이 과정 때문에 시간을 조금 뺏기긴 했지만 어쨌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줄을 섰다. 11시 15분 예약이었지만 미국은 어딜 가든 느리기 때문에 아마 12시가 다 되어서야 백신을 맞았다.


말간 얼굴을 가진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동양인 약사가 백신 카드 줘봐, 어느 쪽에 맞을 거야, 누워 자지 않는 쪽에 맞는 게 좋아, 알콜솜으로 어깨를 닦아주며 걱정이 되느냐, 지인들은 뭐라고 하더냐, 어깨 스트레칭을 해라, 하더니 눈 깜짝할 새 주사를 놓았다. 좋은 솜씨였다. 백신을 놔주는 두 명의 약사가 있었는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던 여성분에게 주사를 놔준 약사는 이상 반응이 있나 보기 위해 15분을 대기했다 가라,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어라 등 이야기를 해줬다고 하는데 내 약사는 아무 말이 없어서 잠깐 앉아있는 척을 하다가 내 앞에 주사를 맞은 언니에게 다음 백신도 잘 맞으라고 인사하고 먼저 약국을 나섰다.

 

백신을 맞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과 백신 접종 창구


근무를 마저 끝내고 산책을 나갔다. 요즘 루틴은 공원에 새로 생긴 맨몸 운동 기구들 한 바퀴 돌기인데 평행봉과 팔 굽혀 펴기는 아무래도 무리인 거 같아서 철봉에 좀 매달렸다가 호수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왔다.


저녁이 되니 주사 맞은 어깨에 근육통이 생겼다.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고 근육 주사를 맞았을 때의 근육통 정도였다. 근육통은 만 하루 반 정도 지속되었던 것 같다. 뭐라 할만한 다른 증상은 없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 2차 백신을 맞는 날. 이번 주는 뭐가 그리도 바빴는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는데 백신 맞기 30분 전까지도 미팅, 백신 맞고 다녀와서 곧바로 줄줄이 미팅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미팅 몇 개를 마친 후 쓰러져 자기 시작했는데 난 원래도 잠이 많기 때문에 백신 때문에 잠이 왔다고는 얘기하기는 어렵다...


2차 백신 접종 후 8시간에서 12시간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들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사 맞은 부위에 근육통 말고는 별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고 하자면 다음 날 장 보러 갔다 오는데 컨디션이 아주 좋은 것 같지는 않았고 가끔 전두엽 앞 뒤로 살짝 쑤시는 두통이 있었다. 만 3일쯤 되니 주사 맞은 자리 통증도 사라져 간다. 확실히 1차 때보다는 더 오래, 더 아프긴 했다.


백신 카드


같은 날 회사에서 모더나 2차 맞은 언니도 팔 통증 말고는 없었다고 했는데, 다른 날 모더나 2차를 맞은 친구는 접종 다음 날 회사를 갈 수 없을 정도로 오한이 몰려와서 타이레놀을 몇 개를 털어 넣었다고 했다. 화이자를 맞았던 나는 주사 맞은 부위 근육통, 약간의 두통밖에 없어서 약을 먹을 정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하루씩 몸져누운 친구들도 있었다. 약사가 말하길 15% 정도의 사람들 사이에서 증상이 나타난다고. 인터넷 후기들을 보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이는 건 느낌인가.


어느 주위 치과의사의 뇌피셜(?)에 의하면 2009년쯤 유행했던 신종플루에 걸렸던 사람들이 백신에 더 강하다고 했는데 참고로 나는 그때 독감을 앓았고, 회사를 하루 쉬어야 했던 친구는 당시 플루를 앓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독감은 유달리 아팠어서 기억에 남는다.


결론적으로 귀가 팔랑여서 모더나 맞을라다가 화이자로 바꿔 맞긴 했지만, 주위를 보면 어느 회사 백신이든 간에 맞고 아픈 사람은 아팠고 안 아픈 사람은 안 아팠다. 어서 빨리 백신이 보급되어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길 빈다. 미국은 백신 맞는 속도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2차 백신 맞을 때 약사가 일 년 있다 3차 맞으러 오라고 한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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