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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Feb 26. 2022

90년대생이 보는 2000년대생 인턴

feat. 낙하산 인턴

90년대생이 사회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사회적으로 대히트를 친지가 얼마 되지가 않았는데 우리 회사에는 2000년대생 인턴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6개월마다 새로운 인턴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오늘은 얼마 전에 들어온 지금의 인턴에 대해 짧게 얘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그 인턴을 인터뷰해서 고용을 한 것도 아니고 매니지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매니저가 육아 휴직을 가고, 매니저 대행이 매니저 대행 일로 바쁜 바람에 나도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이 친구에게 이것저것 가르치며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  


내게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 프로젝트의 작은 부분을 담당해달라고 나눠주고 일을 하자고 했는데 업체 미팅에서도 한마디를 안 해, 프로젝트 미팅에서도 한마디를 안 해, 질문이나 첨언할 것이 있냐고 물어봐도 I am good!이라는 말뿐... 물론 내가 회사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이 30명씩 되는 미팅에서 질문이나 말 잘못했다가 멍청해 보일까 두려웠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미국에 15년이나 살고 이 회사 첨 들어왔을 땐 영어 포비아가 올 지경이었음) 인턴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모르는 게 많아도 괜찮고 멍청한 질문을 해도 괜찮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특히 나는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방대함과 디테일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인턴이 이 6개월 시간 동안 최대한만큼을 뽑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인턴은 그런 특권을 가졌으니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나도 꼰대라는 소리인가?


매니저 대행이랑 수다를 떠는데 얼마 전에 지나가는 말로 이 인턴이 지원을 했을 당시 이력서에 "know somebody at XXXX(회사 이름)"라고 써져있길래 도대체 누굴 알고 있다는 건지 수소문을 했었단다. 알고 보니 그 인턴이 우리 회사에 알고 있다는 사람은 우리 팀 외부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 있는 인턴의 사촌이었다. 낙하산이란 한국에서는 쉬쉬하며 일어나고 있을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학연, 지연 혹은 가족을 통해 들어오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내부자 필터링이 거쳐진 상태이니 고용을 했을 때 그 사람이 회사에 문화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더 잘 적응을 할 거라는 믿음이 이유인 것도 같다. 우리나라만큼 모두가 서울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취업의 문턱이 높은 것도 아니니 이런 네트워킹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듯하다.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 그래도 뭐 하나라도 더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을 뽑자 싶지 않을까. 그래서 그 인턴도 입사를 하게 된 거겠지. 아, 이럴 땐 이민자인 게 서럽다. 서로를 끌어줄 수 있는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자들의 네트워크가 부럽다.


오늘은 인턴에게 출장을 요청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출장 허가가 나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됩니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4월, 우리 팀은 인턴을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그때쯤 인턴은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회사 생활에 적응해서 적극적인 업무로 내가 하기 싫은 일들 좀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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