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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Aug 19. 2021

이렇게 완벽한 이별이라니

야호!!!!!!!!!!!! 백수다!!!!!!!!!!!!

기다리던 퇴사 하는 날.


지난 퇴사 때는 회사를 급하게 나오느라고 이별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는지 회사를 나오던 날 친하지도 않았던 머리가 하얘서 더욱 멋있었던 울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은 분을 보고 눈물이 터져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회사 문을 빠져나왔던 트라우마가 있다. 최근에 당시 내 상사였던 윤 부장님을 만났는데 말씀하시길 그분께서 아직도 가끔 내가 울던 이야기를 한다며, 자기는 너무 황당했다고 하신다니 아직도 그분께 가끔 괜히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정든 회사를 나오면서 울던 20대 후반 애송이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뭐가 그렇게 서럽고 슬펐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두 번째 퇴사.


다른 회사에서의 오퍼를 수락하고 매니저에게 2주 노티스를 주는데 한번 눈물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잘 삼켰다. 남은 2주, 좋아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다 보니 한 번씩 울컥할 때가 있었지만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정리를 하면 마지막 날 울지 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차분함.


같이 큐비클을 공유하던 사람들이 마지막 날인데 점심 먹고 대충 집에 가지,라고 했지만 나의 매니저가 너 대충 4시 30분까지는 있을 거지?라는 은연중의 압력을 넣는 바람에 점심 먹고 집에 가겠다는 꿈은 무너졌다. 코로나가 존재하기 전 점심시간을 우노와 함께하던 친구들이 마스크를 쓰고 모두 모여서 우노 게임을 한판 치른 후, 회사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회사를 나서는데 나와 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주관을 했던 건지, 선물이라며 내민 우노 카드 덱과 아이스박스에는 나와 3년 반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던 사람들이 카드 한 장 한 장, 그리고 귀여운 분홍 아이스박스에는 자필 사인과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나 몰래 카드에, 아이스박스에, 인사 메세지를 쓰고 있었을 그들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고맙다. 아마도 평생 쓰지 못할 우노 카드.

 


이렇게 완벽한 이별이라니. 마음도 따뜻하고 기분도 좋다. 좋은 기억들만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분간 무직, 백수라는 사실은 너무나 즐겁다!  


Until our paths cross again,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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