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
20대 중반에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이 밈처럼 돌았다. 일진 관상, 고문관 관상 등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면 많은 조회 수와 댓글로 큰 호응을 얻었다. 나도 그때 그 사진과 글을 보며 키득거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밈은 다른 밈과 같이 잠잠해졌다. 종종 보이긴 하지만 전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다.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남용 되거나 오용되면서 이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재평가"라는 말이 뜨면서 과거 인터넷 관상쟁이들이 바보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상쟁이가 바보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에 완전 백도 없고, 흑도 없는 것인데 관상만으로 '좋다' or '나쁘다.'를 단정 짓기 때문이다. 나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이 흑백논리를 경계하였다. 경계하지 않으면 잘 모르면서 어떤 친구에 대하여 별로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누군가의 도전을 폄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한계를 정해버리는 짓을 한 것이다. 결국 이런 평가는 나에게도 온다는 '결과'를 망각하면 나는 바보가 된다.
경계를 하는 이유를 추가로 더 적자면, 살다 보니 애매한 순간이 온다. 누군가가 나에게 평가를 요하는 경우, '좋다 or 나쁘다'의 단순 명료한 평가가 편한 경우이다. 누군가가 직접적으로 평가를 요하는 경우에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괜히 정밀하게 평가를 한다는 나만의 명분으로 쓸데없이 상처를 주는 일. 이젠 그런 순간이 오면 그냥 핵심만 이야기하고 말을 돌린다. 말이 길게 되면 흑백논리를 경계하기 어렵다. 꼭 실수를 했다. '좋다 or 나쁘다'의 경우 머릿속에서만 생각한다. 안 좋게 말하면 선입견일지라도, 여러 상황에서 편의성을 준다. 그저 생각이 말로 연결되지 않을 정도의 경계만 한다.
최근 이런 모습을 '젊은 꼰대'라고 하며, 20~30대가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아마 세상에 나처럼 바보가 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 이 행위가 만연하고, 경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경험이 많다는 이유 등으로 우리는 '꼰대'가 되곤 한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지만, 너를 생각해서 한다는 말로 포장하여 남에게 상처를 준다. 그저 한 걸음 뒤에서 "일단 해봐"로 마무리를 지어도 좋을 것이지만,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남들도 다 힘든 것이기에 나에게도 늘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