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다섯번째
"그럼 날짜 순서대로 부르겠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전자사전. 태블릿 PC. 9급 공무원 교재 열두 권. 만년필. 비단 저고리. 금목걸이. 옥가락지. 은색 비녀. 한 쪽 바퀴가 빠진 리어카. 보행용 보조기. 금이빨. 부분틀니. 중간 길이의 하얀색 모발. O형 혈액 약 3리터. 안구 한 쌍. 간. 신장. 콩팥 두 개. 심장. 틀림없습니까?"
"심장은 없고, 삼베로 된 수의가 마지막입니다" 증인석에 앉아 있던 전당포 여주인이 대답했다. "나머지는 틀림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검사는 고개를 돌려 한 차례 피고인을 쳐다봤다. 마침 남자는 웃고 있었다. "……이상입니다"
재판은 몇 분도 안 돼 끝났다. 판사는 유일한 증인이었던 전당포 여주인에게 징역 3년을, 피고인에게는 사형을 선고했다. 남자는 항소했고, 이듬해 법원 앞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김순례 할머니(73) 실종 사건의 전말>, 2019. 8
-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
이 글과 그림은 '주호' 님의 후원을 바탕으로 작업한 것입니다.
글과 그림을 미리 구매함으로써 작업을 후원해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