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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묵돌 Aug 22. 2019

습작

여든다섯번째

당신이 내 꿈이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당신을 매일 아침 학교가는 가방에 넣고 

녀석들이 모두 떠난 교실에서 

홀로 꺼내 읽다가 숨기곤 했었다 


우리의 닮은 점은 

서로만큼은 부끄러 않는다는 것 

당신과 달리 나는  

당신이 부끄럽지 않았지만 

당신을 꿈꾸는 나는 부끄러웠다 하염없이 


어떤 날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 

평생 글이 싫다는 어머니께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소, 했는데 

작은 말다툼 끝에 밝은 다음날 아침 


당신은 갈기갈기 찢겨  

여느 쓰레기들과 함께 통에 있었고  

나야 난자한 당신에게 

동네 가장 후미진 놀이터 구석에서 

고이고이 태우는 일 말고는 하릴없었다 


학교도 당신의 자취 따라 

독수리 높게 난다는 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아무렴 꿈은 꺾이라고 있는 것이고 

난 기껏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눈 떠보니 문득 오늘이 돼 있었네 


여전히 내게 글이란 고달프고 멀고 

내 자화상은 눈이 삔 사람이 봐도  

당신과 닮았다 할 수 없게 됐지만 

이젠 괜찮다 결코 될 수 없는 당신이라도 

진정 별처럼 사랑할 수 있음으로써 


또 다른 고향에 

눈 감고 간다 

새벽이 올 때까지  

별 헤는 밤 당신의 이름 빌려 

쉽게 쓰여진 시 하나 써올리면서 



<윤동주에게>, 2018. 9



<나그네 별>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Sponsored by 이찬물



 "이찬물"님이 값을 미리 치러 주신 덕분에 이 글과 그림을 작업하고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그림이 걸린 방에는 방향제가 필요없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작업도 후원하고, 당신만의 공간에 멋진 그림도 한 점 걸어두세요.  


아래 링크에서 다음 작업을 미리 후원해주시면, 이 작업을 더 오랫동안 지속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http://bit.ly/2MeKV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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