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역마 (13)

울릉도, 도동

by 이묵돌

바닥에서 눈을 떴다. 창가로 창백한 햇빛이 널려왔다. 배 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늦었나 싶어 휴대폰을 확인했다. 알람이 울리기 이십 분 전이었다. 역시 바닷가라서 다른 곳보다 해가 빨리 뜨는 모양이다. 기척을 몇 번 내니 침대위에서 자던 일행도 눈을 떴다. 괜히 급하게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터미널은 코앞이니까 천천히 나가도 괜찮았는데. 일찍 나가서 나쁠 것도 없다.


IMG_5360.JPG 후포여객선터미널. 대게는 못 먹었다


오늘 표가 매진이라서요,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딱 한 번 뜬다. 오늘 타지 못한다는 것은 울진에서 하루를 더 기다려야한다는 의미였다. 현장발권의 특성상 내일이라고 반드시 표가 난다는 보장도 없었다. 복잡한 심상으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예매했던 사람이 빠지면 우선적으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참 운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이름 위에 딱 하나의 이름만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황망히 연락을 기다렸다. 기도라도 해야 하나, 이럴 땐 누구한테 기도를 해야 하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인가, 이따위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연락이 왔다. 표가 났다는 전화였다. 나는 포세이돈과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표를 끊었다. 근데 표 가격이 육만 육천 오백 원, 이었다. 뭐, 포세이돈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IMG_5372.JPG 겨우 끊은 표


일행의 배웅을 받고 다시 혼자가 됐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몹시 흔들렸다. 그 뭐냐, 에버랜드에서 탔던 사바나 익스프레스인가 뭔가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흔들렸던 것 같다. 배 안에는 등산동호회 사람이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어째서 등산동호회라는 걸 아느냐면, 가방에 왕왕 꽂혀있는 ㅇㅇ산악회 깃발을 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건 성급한 판단이 아니겠지, 하면서 노트북 꺼내 글이나 썼다. 아재와 아지매들은 한 시간 쯤 쉼 없이 떠드시다 잠들었고, 도착하기 십 분전에 다시 깨서 또 떠드셨다. 왁자지껄, 정신 없구만.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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