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도동
바닥에서 눈을 떴다. 창가로 창백한 햇빛이 널려왔다. 배 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늦었나 싶어 휴대폰을 확인했다. 알람이 울리기 이십 분 전이었다. 역시 바닷가라서 다른 곳보다 해가 빨리 뜨는 모양이다. 기척을 몇 번 내니 침대위에서 자던 일행도 눈을 떴다. 괜히 급하게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터미널은 코앞이니까 천천히 나가도 괜찮았는데. 일찍 나가서 나쁠 것도 없다.
오늘 표가 매진이라서요,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후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딱 한 번 뜬다. 오늘 타지 못한다는 것은 울진에서 하루를 더 기다려야한다는 의미였다. 현장발권의 특성상 내일이라고 반드시 표가 난다는 보장도 없었다. 복잡한 심상으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예매했던 사람이 빠지면 우선적으로 연락을 준다고 했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참 운이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이름 위에 딱 하나의 이름만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황망히 연락을 기다렸다. 기도라도 해야 하나, 이럴 땐 누구한테 기도를 해야 하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인가, 이따위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연락이 왔다. 표가 났다는 전화였다. 나는 포세이돈과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표를 끊었다. 근데 표 가격이 육만 육천 오백 원, 이었다. 뭐, 포세이돈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일행의 배웅을 받고 다시 혼자가 됐다. 울릉도로 가는 배는 몹시 흔들렸다. 그 뭐냐, 에버랜드에서 탔던 사바나 익스프레스인가 뭔가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흔들렸던 것 같다. 배 안에는 등산동호회 사람이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어째서 등산동호회라는 걸 아느냐면, 가방에 왕왕 꽂혀있는 ㅇㅇ산악회 깃발을 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건 성급한 판단이 아니겠지, 하면서 노트북 꺼내 글이나 썼다. 아재와 아지매들은 한 시간 쯤 쉼 없이 떠드시다 잠들었고, 도착하기 십 분전에 다시 깨서 또 떠드셨다. 왁자지껄, 정신 없구만.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