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포대
깨서 시계를 보니 열한 시 반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정한 체크아웃 시간은 아홉 시였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일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이를 어떡하냐며 호들갑이었을 테다. 그런데 이미 늦게 일어나버렸는데, 뭐. 어쩌겠는가? 아등바등한다고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 체크인하러 온 손님도 없는 것 같고. 아홉시라는 기준이 정말 심각하고 중요한 거였다면, 날 흔들어 깨우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늦은 만큼 돈을 내야한다면, 낼 수밖에 없다. 이런 판단이 재까닥 되는 걸 보면 나도 성장을 한 건지, 단순히 타지의 공기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 건지…… 헛생각을 하다 치약이 목 뒤로 넘어갔다. 다시 뱉어내는데 목이 꽤 쓰렸다. 윽.
씻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거실에 주인장이 없어 잠자코 기다렸다. 십 분 쯤 기다리니 아래층에서 아주머니가 올라왔다. 나는 일어나서, 저, 아홉시에 일어나야하는데, 늦게 일어 나가지구, 하니 됐어요, 하고 말을 끊는다. 아주머니는 사람이 자다보면 늦을 수도 있지, 그냥 가요, 하셨다. 거참 말이야 바른 말이군. 사람이 좀 늦게 일어날 수도 있지. 그럼 아홉시 말고 열두시로 적어놔 주십쇼, 마음속으로만 하고 말았다. 늦잠자고도 별 일없이 떠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울릉도는 낮이 되기도 전에 대낮같았다. 조밀한 가게 건물들 뒤로 산봉우리가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저동항 근처에 있는 골목을 지나다녔다. 그러다 한산해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칼국수는 어제 먹었고. 밥이 땡기니까 산채비빔밥으로 했다. 주문하고 비빔밥에 버섯 들어가면 좀 빼주세요, 했더니 버섯은 안 들어가요. 도라지는 들어가는데, 저 도라지는 잘 먹습니다. 호호 그럼 잘됐네, 주는 대로 먹어요. 했다. 별말 없이 돌아다니는 통에 이런 대화도 못내 즐겁다.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