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일곱번째
무대는 암전
관객은 기립
퍼붓는 비난
막이 내리면
서로 커튼콜
손을 흔들고
이제는 멋쩍은 화해도
감히 용서하겠단 말도
우리에게는 필요 없죠
나는 연극이 질렸으니
역까지 함께 걸어가요
극장 안은 답답하니까
빨래도 세탁도 몰라서
점 하나 씻은 적 없어
그대로 묻히고 왔어요
나기를 때로 태어나면
살며 때 묻을 일 없어
더럽다고 탓하지 않아
주홍색 낙인 찍어주면
노을을 잉크로 쓰겠죠
글씨라면 다 좋으니까
당신이 던지던 돌들도
아파서 주는 마음이라
버리지 않고 모아왔죠
가해자 피해자 거꾸로
마침내 피가 돌아오고
머리에 핏기가 말랐네
깜깜한 사람에게 가면
하얀 마음도 얼룩인데
누굴 욕한들 소용없죠
더 의심하지도 말아요
이제 연기는 없으니까
피어오르는 건 꽃잎뿐
그저 약속하기로 해요
공연이 끝나면 우리들
웃든 울든 함께하기로
보세요 당신이 슬퍼서
흘린 총천연색 피눈물
시와 그림 한 편 됐고
…
<페이드아웃>, 201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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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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