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른다섯번째
한 해를 떠나보내던 섣달그믐날에
넌 오래된 습관처럼 내게 물었지
지난 일 년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흐르는 시간을 문득 멈추고 싶었던
그런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느냐고
엷은 미소로 속삭이듯이 물어봤었지
난 그 때 벙찐 표정으로 어물거리다
별 수 없이 새침하게 웃고만 말았는데
시간은 다 지난 다음에야 풍경이 되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머언 나중에도
바쁘게 떠나는 네 곁에 나무와 강바람
젖은 흙과 잎사귀 냄새나던 산내음처럼
곁에 있겠다고 언제라도 날 찾을 수 있게
너와 함께한 언제 어디의 장면에서도
단 한 번 멈추고 싶은 맘 없었노라고
속앓이 하던 말 이제야 글로 쓰는구나
그래 어떤 마음은 모두 떠나간 뒤에나
겨우 표현할 단어 몇 개가 생기네
우리 시간이 다 지난 다음에야
추억할 풍경이 되어가듯이
<Time After Time>, 201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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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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