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습작

백여든다섯번째

by 이묵돌


1


―어쩌면 마법인지도 몰라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건

유치한 동화책 이야기처럼


어느 날 네 앞에 마주 선 나는

너무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

목청껏 네 이름을 불러보았자


들리는 건 고작 울음소리였지

시끄럽고 짜증스럽기 짝이 없는

단 하루를 빼먹지 않는 오해성사


모든 게 망가지고 부서져 내리고

엄숙하게 선고된 이별의 판결문

벙어리 사형수처럼 목을 드리우고


2


―마침내 네가 말했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몇 마디 사과와 다짐이야

사나흘 지나면 똑같아진다고


맞아 사람은 변하지 않고

나는 반드시 되돌아갈 거야

네게 사랑받았던 시절의 나로

되돌아 되돌아가서 말할 거야


정말 오랜만이라고

오늘도 내 곁에 있어주어서

어제와 다를 바 없이 감사하다고


초라하고 실망스러워진 내 모습마저

애써 감싸주었던 그때의 사랑을

죽는 그 순간까지 잊지 않을 거라고


3


―그러니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이렇게 추레하고 못난 내게

다시금 입맞춰주겠니


이 악몽 같은 마법에서 깰 수 있게끔

과거 한때 사랑받을 자격 있었던 나


이만큼 바보로 만들어버린

그 이름 익숙함이란 마법



<개구리왕자>,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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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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