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요일이 맞나?
요즈음은 수면제의 도움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약발은 잘 들지만 환각이 보이는 파란약을 아예 처방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의사선생님이 말했다.
"수면제 먹고 환각을 보는 경우가 그렇게 드문가요?"
"아뇨. 그보다는. 보통 환각이 보이면 속이고 더 받아가는 환자가 많거든요."
"아하." 나는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잠에 드는 건 늦어지고 깨는 건 빨라졌다. 새벽 한 시쯤 잠든다치면 새벽 다섯시, 좀 더 자면 오전 일고여덟시에 깬다(추워서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잠들긴 어렵기 때문에 거실에서 뉴스나 음악을 좀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한다.
그러다 허기가 지면 아침밥을 지어먹는다. 다 먹고 나서 급속도로 졸리는 시간이 오전 아홉시 무렵이다. 항우울제에는 약간의 각성효과가 있다. 하지만 부족한 잠을 상쇄시켜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나는 소파나 침대에서 기절하듯 낮잠을 잔다. 대낮에 깨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두번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