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마을
이른 아침이었다. 여수에는 바다냄새 품은 안개가 내리 앉았다. 휴대폰으로 땅끝마을로 가는 길을 찾았다.. 여덟 시간? 도보로 가는 게 아닌데? 지도가 설명하길, 땅끝마을로 가는 길은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을 경유해서.. 부터 읽지 않았다. 가만보니 네이버지도는 땅끝마을로 가는 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럼 별 수 없지, 하고 터미널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결국 사람 가는 길은 사람이 알 거다.
터미널 매표소에 머리를 들이대고, 땅끝마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했다. 줄무늬 폴로티를 입은 할아버지는 타자를 톡톡 두드리면서, 뭐하러 땅끝까지 가느냐 물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땅끝마을에 가려고 하면서 땅끝마을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내가 사는 일은 뭐든 이 모양이었지. 그런 기분이 되니 웃음이 번졌다. 할아버지가 웃는 날 보더니 더 크게 웃었다. 카드를 달라고 했다. 만 오천삼백 원이란다.
표를 받아보니 여수에서 삼호로 화살표가 쳐졌다. 버스를 타고 여수에서 목포 아래에 있는 삼호라는 동네로 갔다. 목포 근처로 왔다는 걸 수 시간 뒤 터미널에 내리고서야 알았다. 또 다시 매표소에서 땅끝마을, 했더니 해남으로 가는 표를 뽑아줬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나 해남 터미널에 다시 내렸다. 한반도 남쪽 끝 치곤 빌딩이 너무 많은 걸, 했더니 매표소 직원이 해남에서 땅끝이라 적힌 표를 또 뽑아준다.
버스를 세 번이나 타고 갈 필요가 있는 곳일까? 또 다시 네 바퀴 위에 몸을 싣고서야 이런 생각을 했다. 멍청한 놈. 가고 싶으면 다른 필요는 없는 거야. 답답함이 좀 나아졌다. 멀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침 일찍 출발해 점심 가까이 되어서야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터미널 건물 하나 없이 ‘땅끝 정류소’라 돼있다. 과연 지도앱이 갈피를 못 잡을만하다. 그러고 보니 터미널Terminal의 어원에 끝이라는 의미가 있었지. 그런데 진짜 끄트머리에는 터미널이란 것도 없구나. 혼자 생각하곤 꽤 그럴듯한 표현인걸, 역마에 써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쓰고 보니 이렇게 자세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멋없다.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