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역마 (7)

땅끝, 목포

by 이묵돌

자, 이제 어디로 갈까? 그전에 어젯밤 실례했던 고양님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짐을 챙겨 나갔는데 주인 내외가 식사나 하고 가라, 했다. 먹고 가라는 얘기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돈 받는 것도 아니고. 물론 거창한 건 아니었다. 토스트 두 쪽과 일 회분 버터와 딸기잼, 우유 한 컵과 계란 후라이 정도였다. 식후에는 무난하게 커피 한 잔. 완벽하다.


IMG_3309.JPG 완벽한 식사


조식을 끝내고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십 분을 서성거렸다. 결국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고 난 떠났다. 보고 싶지 않다는 양반을 억지로 뵐 순 없지.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날 것이다. 그 때 너희들은 똑같은 무늬를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무늬를 하고 있을까? 주인아저씨의 수염은 여전히 덥수룩할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긴 할까? 시간이 충분히 흐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재밌다.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기 전에, 어제 안 갔던 땅끝마을 탑비에 가보기로 했다. 땅끝, 화살표 바위 오른쪽으로 걸어가 보니 언덕 쪽으로 나무계단이 나있다. 십 분 쯤 걸어 올라가니 모노레일 탑승장이 나왔다. 그렇지, 나더러 걸어서 가라는 건 아니었겠지. 하고 탑승장에 들어가 보니 강풍 때문에 모노레일을 운행하지 않는단다. 걸어서 탑비를 보고 전망대까지 가려면 사십분이 걸린다, 고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강풍에 사람은 괜찮고 모노레일은 안 괜찮다는 거냐? 투덜거리면서 나와 걸었다. 아무래도 탑비 방향이었다.


IMG_3348 (편집됨).JPG 바람이 많이 불긴 했다


탑비로 향하는 길은 사실상 비포장길이었다. 왼쪽 절벽 쪽에 나무 울타리만 대강 둘려 쳐놨다. 난 보살의 말을 기억하며 한 발짝 한 발짝 집중하며 내딛었다. 십오 분쯤 지나 탑비가 모습을 보였다. 이곳이 한반도 남쪽 끝이구나. 나는 탑비 앞에 서서 또 남쪽을 바라봤다. 끝이라고 하니 좀 찝찝했다. 남쪽 끝 너머에 있는 이 바다를 건너면 뭐가 있었지. 아, 제주도. 더 남쪽에는, 더, 더 남쪽에는? 내가 닿는 지식으로는 이어도가 끝이었다. 이어도는 사실상 갈 수 없는 곳이니 제쳐놓고. 그래, 결정했다. 마라도로 가자. 이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있을 수 없다.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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