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목포
자, 이제 어디로 갈까? 그전에 어젯밤 실례했던 고양님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짐을 챙겨 나갔는데 주인 내외가 식사나 하고 가라, 했다. 먹고 가라는 얘기를 거절할 이유는 없다. 돈 받는 것도 아니고. 물론 거창한 건 아니었다. 토스트 두 쪽과 일 회분 버터와 딸기잼, 우유 한 컵과 계란 후라이 정도였다. 식후에는 무난하게 커피 한 잔. 완벽하다.
조식을 끝내고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십 분을 서성거렸다. 결국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고 난 떠났다. 보고 싶지 않다는 양반을 억지로 뵐 순 없지.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날 것이다. 그 때 너희들은 똑같은 무늬를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무늬를 하고 있을까? 주인아저씨의 수염은 여전히 덥수룩할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긴 할까? 시간이 충분히 흐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재밌다.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기 전에, 어제 안 갔던 땅끝마을 탑비에 가보기로 했다. 땅끝, 화살표 바위 오른쪽으로 걸어가 보니 언덕 쪽으로 나무계단이 나있다. 십 분 쯤 걸어 올라가니 모노레일 탑승장이 나왔다. 그렇지, 나더러 걸어서 가라는 건 아니었겠지. 하고 탑승장에 들어가 보니 강풍 때문에 모노레일을 운행하지 않는단다. 걸어서 탑비를 보고 전망대까지 가려면 사십분이 걸린다, 고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강풍에 사람은 괜찮고 모노레일은 안 괜찮다는 거냐? 투덜거리면서 나와 걸었다. 아무래도 탑비 방향이었다.
탑비로 향하는 길은 사실상 비포장길이었다. 왼쪽 절벽 쪽에 나무 울타리만 대강 둘려 쳐놨다. 난 보살의 말을 기억하며 한 발짝 한 발짝 집중하며 내딛었다. 십오 분쯤 지나 탑비가 모습을 보였다. 이곳이 한반도 남쪽 끝이구나. 나는 탑비 앞에 서서 또 남쪽을 바라봤다. 끝이라고 하니 좀 찝찝했다. 남쪽 끝 너머에 있는 이 바다를 건너면 뭐가 있었지. 아, 제주도. 더 남쪽에는, 더, 더 남쪽에는? 내가 닿는 지식으로는 이어도가 끝이었다. 이어도는 사실상 갈 수 없는 곳이니 제쳐놓고. 그래, 결정했다. 마라도로 가자. 이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있을 수 없다.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