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필


역마 (8)

적산가옥, 무안

by 이묵돌

일찌감치 눈을 떴다. 여덟 명이 자는 도미토리에서 가장 빨리 일어났다. 잠을 충분히 못 잤다는 의미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나는 세면도구를 챙겨 나와 샤워를 끝냈다. 나와 보니 거실에서 아주머니가 조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누군가 날 위해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한다니, 독립한지 오 년이 넘은 나로선 낯선 기분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주머니라도 그랬다. 난 좀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IMG_3653 (편집됨).JPG 뭐야 여기가 어디지


식사를 하면서 어제 얘기 나누지 못했던 사람들과도 인사했다. 그 중 한 명은 제레미라는 이름의 프랑스인이었다. 제레미는 이 게스트하우스에 처음 온 것이 아니며, 식사를 마친 뒤에는 부산으로 떠난다고 했다. 내 형편없는 영어실력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내가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몹시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조식 뒤에 커피를 내왔다. 제레미는 커피를 못 마신다고 했다. 그럼 내가 마실게, 하고 내 쪽에 가져왔더니 웃었다. 왜 웃느냐고 물어봤더니 커피 좋아하는 게 딱 작가 같다고 했다. 그거 완전 편견인 걸? 하고 커피 한 입 머금었다. 좋다.


식사를 마치고,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게 짐을 쌌다. 짐이라봐야 메신저백 하나가 전부지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난 좋다. 가방에서 노트북만 꺼내 글을 좀 썼다. 또 다음날에는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목포에서 무안으로 가는 방법도 알아봤다. 언제 출발할까 고민하던 때였다. 어제 얘기하면서 친해졌던 여성분이, 별 계획 없으면 같이 꽃게살비빔밥을 먹으러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전에 혼자 갔더니 이 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해서 못 먹었더랬다. 뭘 먹을 지는커녕 당장은 어디로갈지도 생각이 없던 차였다. 잘됐네요, 하고 따라나섰다. 일행이 생긴 것은 처음이었다. 밖에 나와 보니 날씨가 무진장 좋았다. 휴대폰카메라로 길가 돌계단을 찍어도 그림이었다.


IMG_3668 (편집됨).JPG 날씨가 아주 좋았다. 사진은 게스트하우스 뒤편 건물


여성분이 길을 잘 아는듯해서 얌전히 따라가길 십오 분. 작은 언덕을 올랐는데 목포 시내가 거진 다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경치를 보면서 따라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 그리고 목포라는 도시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냥 거쳐 가는 도시 정도로 생각하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생각해보니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게 붙어야하는 말 같다.






2019년 6월, <역마>가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아무렴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셨을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역마>를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책 구매하러가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역마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