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번째
집에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쭉 들어가 보면 잠든 엄마가 있었지만
없다고 쳐도 큰 문제는 아닐 거에요
항상 죽은 것처럼 자고 있었으니까
뭐 나라고 하고 싶은 게 없었을까요
다만 야구는 가죽 글러브가 비쌌고
피아노 학원은 매 월 이십만 원이나
또 좋아하는 글 쓰긴 굶어 죽기 십상이랬죠
별 수 있나요 난 정부서 준 구식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 메이플 그리고 서든어택
시체처럼 잠들어 있는 엄마 곁에서
쾅쾅 탕탕하고 사람 죽이는 게임 했죠
학원에서 백다섯 걸음만 걸으면
으레 그렇듯 피씨방이 있었고
거기서 갓 공부 마친 친구들과
인생은 사드론 아님 오드론이라 했는데
이제 와서 나더러 중독이라니요?
내 비록 독에 빠진 꼴이기는 해도
잔뜩 독이 올라 보이는 쪽이라면
누가 봐도 당신네들 같아 보이는데……
<중독>, 2019. 5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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