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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묵돌 May 29. 2019

습작

서른여섯번째

집에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쭉 들어가 보면 잠든 엄마가 있었지만 

없다고 쳐도 큰 문제는 아닐 거에요 

항상 죽은 것처럼 자고 있었으니까 


뭐 나라고 하고 싶은 게 없었을까요 

다만 야구는 가죽 글러브가 비쌌고 

피아노 학원은 매 월 이십만 원이나 

또 좋아하는 글 쓰긴 굶어 죽기 십상이랬죠 


별 수 있나요 난 정부서 준 구식 컴퓨터로 

스타크래프트 메이플 그리고 서든어택 

시체처럼 잠들어 있는 엄마 곁에서 

쾅쾅 탕탕하고 사람 죽이는 게임 했죠 


학원에서 백다섯 걸음만 걸으면 

으레 그렇듯 피씨방이 있었고 

거기서 갓 공부 마친 친구들과 

인생은 사드론 아님 오드론이라 했는데 


이제 와서 나더러 중독이라니요? 

내 비록 독에 빠진 꼴이기는 해도 

잔뜩 독이 올라 보이는 쪽이라면 

누가 봐도 당신네들 같아 보이는데…… 


<중독>, 2019. 5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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