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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묵돌 Jun 06. 2019

습작

서른아홉번째

“아빠 왔다”     


현관문이 좁게 열리고 찬 바람이 들어왔다. 아빠의 눈이 빨간 건 오늘이 유독 추워서라고 생각했다. 창밖에서 새끼손톱만한 진눈깨비같은 것이 풀풀 날리고 있었다. 나는 아빠의 외투와 가방을 차례대로 받아 안방 탁자에 올려놨다.     


“밖에 눈 많이 와요?”     


“많이는 아닌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었다. 와서 이거나 먹으렴”     


아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비닐을 식탁에 내려놨다.     


“웬 아이스크림이에요, 이렇게 추운 날에……”     


“그러게 말이다”     


아빠는 나와 마주앉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다만 아빠는 느닷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오곤 했다. 난 그 때마다 숟가락 두 개를 꺼내와서 아빠와 함께 먹었다.     


“이건 언제 먹어도 너무 달아요”     


“그러니”     


그러나 아빠가 사오는 아이스크림에는 늘 과자가 들어있었다. 고양이 눈알만한 그 과자는 씹을 때마다 묘하게 짭짤한 맛이 났고, 어떨 때는 작은 행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빠는 내가 엄마에 대해 물을 때마다 밤하늘을 가리키곤 했다. 그리고는, 엄마는 널 낳고 사랑을 배워서 고향 별로 돌아갔단다, 아빠 말 잘 듣고 착한 아이가 되면 언젠가 다시 온단다, 가로등 불빛에 잠겨 몇 개 보이지도 않는 별들을 보며 말했다. 나는 아빠의 말을 굳게 믿었다. 

    

아빠와 나는 아이스크림을 몽땅 먹어치웠다. 작은 별들과 은하수 일렁이는 밤하늘도 함께 먹어치웠다. 엄마는 날 낳고 사랑을 배웠다. 그래서 모든 사랑하는 법 목화씨처럼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움과 슬픔은 깜빡 잊고 우리별에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엄마는 외계인>, 2018. 10



Writing  |  Mukdolee

Painting  |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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